배터리 수명을 늘리려면 완전 방전시켜야 한다든지, 주유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폭발할 수 있다든지 하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근거 없는 기술 신화가 끊임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걸러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죠.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 신화 5가지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메가픽셀이 높을수록 사진이 잘 나온다
흔한 믿음: 사진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는 단연 '메가픽셀이 높으면 사진도 더 좋아진다'는 통념입니다.
진실: 사실 메가픽셀은 사진의 디테일(세부 묘사)에 영향을 줄 뿐, 화질 그 자체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600만 화소짜리 카메라로도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메가픽셀은 카메라 성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정말 좋은 사진은 카메라 렌즈의 크기와 재질, 센서에 적용된 기술, 초점 성능, 이미지 프로세서,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참고로 줌 렌즈 없이 확대 촬영을 해야 하는 소형 카메라라면 높은 메가픽셀이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숫자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카메라를 구매할 때는 메가픽셀 하나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스펙과 실제 사용 후기를 종합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2. 맥(Mac)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
흔한 믿음: 애플 컴퓨터는 바이러스에 완벽하게 면역인 거의 유일한 기기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진실: 맥 사용자 지인에게 "애플 제품은 바이러스가 안 걸린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신화가 애플 자체의 광고 캠페인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애플은 나중에 광고 문구를 'PC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It doesn't get PC viruses)'에서 '당신의 안전을 지켜줍니다(It helps keep you safe)'로 수정해야 했죠. 물론 윈도우 PC가 맥보다 악성코드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맥 전용으로 설계된 악성코드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해커들은 가장 많은 사용자층, 즉 윈도우 사용자를 주요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사용자 수가 적은 애플 컴퓨터는 공격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컴퓨터도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 2012년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당시 애플은 25만 대 이상의 맥이 감염되는 바이러스 위기를 겪었습니다. 맥이 그동안 좋은 평판을 유지해 온 것은 순수하게 해커들의 표적이 윈도우 PC였기 때문입니다.
- 맥 공격은 OS 취약점보다 사용자의 방심을 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Mac Protector, Mac Defender, Apple Security Center 같은 이름으로 정품 애플 백신 프로그램인 척 위장한 악성코드가 유포되었습니다. 설치, 시스템 검사, 제품 등록 요청까지 갖춘 완성형 수법이었죠.
3. 밤새 충전하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상한다
흔한 믿음: 자는 동안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두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만연합니다.
진실: 오랫동안 굳어진 이 통념과 달리, 최신 스마트폰은 완충된 이후에도 필요 이상의 전류를 추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 스스로 충전 속도를 조절할 줄 압니다.
배터리 수명의 핵심은 '충전 사이클(cycle count)'입니다. 이는 배터리가 닳기까지 겪을 수 있는 완전 충전 횟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절반까지 사용한 뒤 절반만큼 다시 충전하면 사이클의 절반이 소모되며, 이런 누적이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충전량의 누적 문제이지, 밤새 충전하는 행위 자체와는 무관합니다.
4. 시크릿 모드에서는 익명이 된다
흔한 믿음: 시크릿(Incognito) 모드를 켜면 아무도 나를 추적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실: 시크릿 브라우징은 생각만큼 프라이빗하지 않습니다. 시크릿 모드는 방문한 페이지 기록이나 쿠키를 저장하지 않을 뿐, 마케터의 온라인 추적으로부터 광고 폭탄을 피하는 정도가 주된 목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모드에서는 염탐이나 추적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고 믿고 살아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시크릿 모드에서도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다운로드 파일: 시크릿 모드에서 내려받은 파일은 모드를 종료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파일은 여전히 기기에 남아 있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니, 은밀한 모드라고 해서 부적절한 콘텐츠를 다운로드해도 들키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 IP 주소: 시크릿 모드를 사용 중이라도 IP 주소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로부터 숨겨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ISP가 여러분을 인터넷에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크릿 모드에서 방문한 사이트 역시 여러분의 IP 주소를 볼 수 있으며, 쿠키가 없어도 법 집행 기관의 추적에 대비해 기록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소프트웨어 취약점: 해커의 침입 경로를 차단하려면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를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때로는 버그로 인해 시크릿 모드가 정상 작동하지 않거나 웹캐시(WebCache) 파일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아, 의외로 간단히 추적당할 수 있습니다.
5. 비밀번호가 설정된 WiFi는 안전하다
흔한 믿음: WiFi에 비밀번호만 걸어두면 누구로부터든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 완벽하게 보호되는 네트워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WiFi 환경은 가정용 네트워크와 공공 네트워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정용 네트워크라면 WPA 또는 WPA2 암호화가 적용되어 있을 때 상당히 안전한 편입니다.
반면 외부에서는 비밀번호가 단지 핫스팟 접속 자격을 부여할 뿐, 도청으로부터의 보호는 전혀 되어주지 못합니다. VPN(가상 사설망) 서비스 업체 Private WiFi의 사장이자 CEO였던 켄트 로슨(Kent Lawson)은 "WiFi 신호는 결국 전파에 불과하다"며, 인터넷에서 쉽게 내려받는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어떤 맥이나 PC든 신호 수신 장치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해커들이 진짜처럼 보이는 '이블 트윈(Evil Twin)' 네트워크를 만들어 비밀번호를 탈취하고 보안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 법한 대표적인 기술 신화 다섯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물론 신화는 깨라고 있는 것이지만, 무엇을 얼마나 믿을지는 결국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기술 이야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에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