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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를 만들어낼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소송들은, 한 명의 평범한 여성이 거대 기업의 잘못을 파헤쳐 결국 배상까지 받아낸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자격조차 없던 법률 보조원이었지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가스전기회사(PG&E)를 상대로 끝까지 밀고 나간 끈질긴 소송으로 미국 법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법정 승부 중 하나를 만들어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실화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사건에서, 그녀는 남부 캘리포니아 힌클리(Hinkley) 마을의 식수 오염에 대한 증거를 한 건 한 건 수집하며 철저한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1996년 원고 측 승소로 3억 3,300만 달러라는, 미국 직접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금을 받아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은 힌클리 사건과 무엇이 닮았나?

핵심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IT 거인에게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사람들을 속이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죠. 여러 건의 소송이 모두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체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혐의로 고소당했나?

윈도우 10은 출시 이후 꾸준히 비판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러다 '윈도우 10 업그레이드'가 사용자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데이터까지 삭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극에 달했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법정에 끌려가게 됩니다.

주요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2017년 3월 – 일리노이주 주민 스테파니 왓슨, 로버트 세이거, 하워드 골드버그 세 사람이 시카고 연방지방법원에 윈도우 10 업그레이드로 데이터를 잃고 컴퓨터까지 손상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2016년 6월 – 캘리포니아 소재 여행사 운영자 테리 골드스타인(Teri Goldstein)이 윈도우 10 업데이트가 자신의 컴퓨터를 망가뜨렸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2016년 7월 – 플로리다의 세 남성이 강제 광고 관련 정부 법규 위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같은 시기 이스라엘 하이파의 한 사용자도 동의 없이 윈도우 10을 설치했다며 소송에 나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이미지 출처: imgflip.com

2017년 3월 – 일리노이 집단 소송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출시하기 직전, 일리노이주의 스테파니 왓슨, 로버트 세이거, 하워드 골드버그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과 컴퓨터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개별 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테파니 왓슨: 윈도우 10이 동의도 없이 저절로 설치되면서 중요한 데이터가 삭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를 고용해 복구를 시도했지만 완전히 되살리지는 못했고, 결국 새 컴퓨터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로버트 세이거: 스스로 윈도우 10을 설치했지만, 설치 이후 컴퓨터가 작동을 멈췄다고 호소했습니다. 데이터 손실과 함께 금전적 손해도 입었습니다.
  • 하워드 골드버그: 설치 요청을 6개월간 미루다가 윈도우 10을 설치했지만, 세 번의 설치 시도가 모두 실패하면서 데이터를 잃었습니다.

원고 측은 손실 배상, 변호사 수임료, 소송 비용 등 법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2016년 6월 – 테리 골드스타인의 소송

캘리포니아 소살리토(Sausalito)의 여행회사 운영자 테리 골드스타인은 업그레이드 직후 컴퓨터가 충돌해 며칠 동안 업무에 필요한 PC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마이크로소프트 고객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습니다. 기술 지원 담당자와의 긴 통화를 견뎌낸 보상은 겨우 150달러였고, 지역 관리자는 도움을 거절하며 무례하게 대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결국 골드스타인은 시스템을 사용 불능으로 만들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케 한 책임을 물어 소송에 나섰습니다.

2016년 7월 – 광고 규정 위반 및 무단 설치 소송

플로리다의 세 남성은 집단 소송을 통해, 윈도우 10 업그레이드 알림과 경고창이 사실상 사용자가 원하지 않은 강제 광고에 해당하며,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영업 행위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법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하이파의 한 사용자는 자신의 동의 없이 컴퓨터에 윈도우 10을 설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러한 무단 업그레이드는 이스라엘 컴퓨터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소송 결과는 어땠나?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모두 재판에 회부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테리 골드스타인의 사건은 긍정적인 결과를 맞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녀가 입은 손실에 대해 1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습니다. 나머지 두 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017년 3월에 제기된 소송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손실과 피해 배상 명목으로 최대 5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대응했나?

흥미롭게도 한 소송이 원고 측 승리로 끝난 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무관심이 한몫했습니다. 회사는 사건을 소홀히 여겨 현지 매장 직원에게 소송 대응을 맡겼고, 결과는 골드스타인 측 승소로 종결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에는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추가 소송 비용을 감수하기 싫었는지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이미지 출처: theacornwithin.com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소송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IT 매체 더 레지스터(The Register)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윈도우 10 무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고객이 가장 안전하고 생산성 높은 윈도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선택권이었습니다. 고객은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1년간의 프로그램 기간 중 업그레이드한 고객에게는 무료 고객 지원, 기존 운영체제로 되돌릴 수 있는 31일 롤백 옵션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우리는 원고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한 대응으로 사용자 권리 침해와 관련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회사가 마침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내 소송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선택권'을 줬을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제안도 아니고 선택권도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이미지 출처: me.me

윈도우 10이 분명 더 뛰어난 운영체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업그레이드를 강요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수동적 공격적(passive-aggressive) 접근 방식은 결국 역효과를 냈습니다. 많은 사용자가 새로운 UI나 추가 기능에 익숙하지 않아 몇 달씩 업그레이드를 미뤄왔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봄 '기발한'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업그레이드 알림 창을 변경해 더 이상 닫거나 회피할 수 없게 만든 것이죠. 사용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이미지 출처: imgflip.com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 역시 일이 지나쳤음을 인정한 바 있는데, 캠페인 마지막 단계에는 업그레이드 앱이 마치 악성코드처럼 작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알림과 팝업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기본 앱의 잦은 변경 탓에 사용자가 새 환경에 적응할 겨를도 없었고, 이는 고객 불만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조급한 마케팅은 상황을 악화시켰고, 끊임없이 이어진 업그레이드 독려 알림은 수많은 사용자에게 사생활 침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만,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를 만들어낼까?

이미지 출처: imgflip.com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행 중인 소송들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원고들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버티기에는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라면 법학 교육을 받지 못한 한 명의 법률 사무원이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로 성장하는, 회사가 가장 두려워할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 이 글은 독자분의 요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주제나 뉴스를 다뤄주길 원하시면 댓글로 알려주시거나 admin@wsxdn.com 으로 의견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