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는 CCTV 카메라의 안면 인식 기술이 조지 오웰이 그린 디스토피아 사회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감시는 신흥 경제국과 선진국 전반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CCTV 카메라가 사실상 도시 곳곳에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어도 집안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다고 믿곤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카메라를 설치하는 주체가 바로 '나'라면?
잠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세요. 손에 쥔 기술의 결정체를 감상해 보세요. 1990년대 IBM Aptiva PC 사용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가 바로 당신 손바닥 위에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어디든 휴대할 수 있을 만큼 작습니다.
참으로 매력적인 제품이죠.
이번엔 폰의 앞면과 뒷면, 위아래를 살펴보세요. 충전 단자, 화면, 어쩌면 이어폰 잭, 그리고... 저건 뭘까요? 고해상도 카메라 두 대!
2017년 기준 약 23억 2천만 명이 최소 한 대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 각자 주머니 속에 카메라와 GPS 센서까지 갖춘 장치를 휴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감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볼거리가 생기는 순간에야 폰을 꺼내지, 평소에는 주머니 속에 있거나 테이블에 엎어놓아 카메라가 천장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선진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집에는 이미 카메라나 마이크가 상시로 작동하며 감시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스마트 TV, 안면 인식 시스템,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 같은 스마트 스피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모든 기기는 감시하기 가장 좋은 각도에서 끊임없이 여러분을 바라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삼성은 자사 TV가 거실의 대화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야 했습니다.
설령 정부가 여러분의 기기를 해킹해 연인이나 자녀와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생각이 없더라도, 해커들은 몰래 훔쳐듣는 데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보안 패치가 적용된 기술이라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뚫릴 수 있습니다. 훔쳐보기를 전문으로 하는 해커들의 재주를 결코 얕보지 마세요.
실제로 아마존 에코에는 도청 장치로 변신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베이비 모니터는 놀랍도록 쉽게 원격 접속이 가능합니다. 즉,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난기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를 통해 직접 말을 걸어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프라이버시 vs 편의성: 균형 잡힌 삶을 위하여
이런 이야기들은 무섭게 들리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모든 위험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편리한 기술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그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주 잊곤 합니다. 그 희생물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자신의 개인 프라이버시입니다.
따라서 기기나 가젯, 가전제품, TV 등을 구입하기 전에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카메라나 마이크가 달린 제품 없이 생활할 수 있는가? 답이 '예'라면 카메라·마이크가 내장된 기기는 구매하지 않는다.
- 꼭 필요하다면,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 사용할 방법이 있는가? 답이 '예'라면 해당 기기의 웹 접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 작동을 위해 반드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다면, 원치 않을 때 카메라나 마이크를 하드웨어 수준에서 차단할 수 있는가? 답이 '예'라면 반드시 설정해 둔다.
- 카메라나 마이크가 항상 켜져 있다면, 기기 자체를 끌 방법이 있는가? 답이 '예'라면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을 꺼둔다.
- 기기가 상시 켜져 있어야 한다면(예: 냉장고), 굳이 첨단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평범한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가? 답이 '예'라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제품을 찾아본다. (힌트: 최대한 '예'라고 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의성보다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마이크나 카메라가 장착된 기기의 구입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용하는 기기에서 최대한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명한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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