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 목록에 어느새 구독되어 있거나, 원하지도 않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거나, 개인정보를 불필요하게 넘긴 경험이 있다면 이미 '다크 패턴(dark pattern)', 즉 악의적으로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당해본 것입니다.
2018년 가장 주목받은 사례 중 하나는 재정난에 시달리던 무비패스(MoviePass)입니다. 이 앱은 같은 해 8월, 해지했던 요금제를 다시 복구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다크 패턴입니다. 이중 부정문으로 헷갈리게 만든 체크박스? 다크 패턴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이용약관 속 숨겨진 조항? 역시 다크 패턴입니다. 감성적인 호소로 이메일 구독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조차 다크 패턴에 해당하며, 수익성이 워낙 높다 보니 새로운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트릭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왜 '다크 패턴'이라 부를까?
다소 섬뜩하게 들리는 이 이름은 UX 디자이너 해리 브리그널(Harry Brignull)이 만든 용어로, 기만적인 인터페이스라는 더 넓은 범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제품 디자인은 사용자가 선택지를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탐색하도록 돕거나, 반대로 사용자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역이용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웹 페이지를 정독하지 않고 훑어보며, 초록 버튼은 '예', 빨간 버튼은 '아니오'라고 생각합니다. 결제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보다 숨겨진 수수료를 내는 쪽을 택하고, 대체로 사물이 일정한 규범과 표준을 따르기를 기대합니다. 잘 설계된 인터페이스에서 이런 기대는 빠른 탐색을 돕지만, 지나치게 익숙해지면 다크 패턴에 무방비하게 노출됩니다.
다크 패턴의 유형
브리그널이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에는 12가지 다크 패턴 유형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중 자주 만나는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끼와 바꿔치기(Bait and Switch)

내 행동이 실제와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믿게 만드는 수법입니다. 예컨대 2016년 한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0 업그레이드 알림에서 'X' 버튼을 클릭하면 창이 닫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숨겨진 비용(Hidden Costs)

상품의 최종 가격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다가,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야 '편의 수수료'나 추가 배송비를 내는 편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확인 수치심 유발(Confirmshaming)

기업이 '수치심'을 이용해 사용자를 몰아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메일 구독을 취소하려 하면 "어머나, 저희가 싫으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식이죠. 운동 프로그램 광고에서 "등록하기" 또는 "몸매 포기하기" 두 가지만 선택지로 주는 변형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그도 따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위장 광고(Disguised Ads)

클릭했는데 다운로드 버튼이 아니었던 적이 있습니까? 재생 버튼처럼 보였지만 재생 버튼이 아니었던 경험은요? 위장 광고와 가짜 다운로드 링크는 곳곳에 널려 있으며, 특히 무료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흔합니다.
강제 연속 결제(Forced Continuity)

무료 체험이 제품의 품질 때문에 가입자를 모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용카드 정보만 확보하면 해지를 깜빡하기를 기다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로치 모텔(Roach Motel)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온라인으로는 간편히 가입할 수 있지만, 해지는 공증받은 서신을 본사로 직접 가져와야 합니다." 이글스(Eagles)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 언제든 체크아웃할 수 있지만, 절대 떠날 수 없죠!
친구 스팸(Friend Spam)

"방금 우리 사이트에 가입하셨네요! 친구가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게 이메일 주소록 접근을 허용해 주시겠어요?" — 그리고 그 연락처로 다른 메일까지 발송됩니다. 링크드인(LinkedIn)이 가장 잘 알려진 실제 사례인데, 이로 인해 1,300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이 이어지며 수익에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현혹(Misdirection)

이것은 독립적인 다크 패턴이라기보다 다른 유형에 스며 있는 요소입니다. 계속 진행은 빨간 버튼, 뒤로 가기는 초록 버튼으로 디자인하는 등 우리의 기대를 역이용하거나, "우리 이메일 프로그램 수신 거부를 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함정 질문'과 결합해 사용합니다.
프라이버시 주커링(Privacy Zuckering)

이름 그대로 마크 주커버그의 성에서 따온 용어이며, 페이스북만큼 피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수집 시도 중 일부는 노골적이지만("당신에게 어떤 자동차 제조사의 광고를 보여줄까요?" 퀴즈!), 대부분은 이용약관을 읽지 않고 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한번 흘려보낸 개인정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크 패턴을 피하려면?
현재로서는 인간의 뇌만이 다크 패턴을 확실하게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 익히는 것입니다. 트위터의 #darkpatterns 해시태그가 가장 널리 쓰이는 신고 창구이며, 레딧을 선호한다면 다크 패턴과 디자인 악행을 소개하는 서브레딧도 있습니다. 새로운 변종은 계속 등장하지만, 기본기를 익혀두면 작동 원리와 회피 방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크 사이드에도 쿠키가 있다
다크 패턴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우편 리베이트, 포스터의 기만적인 글씨 크기, 매대의 불명확한 가격표, 신차 구매 때의 추가 옵션 판매까지 — 사용자를 속여 나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기술은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브라우저 핑거프린팅, 쿠키, 빅데이터 분석, 실시간 A/B 테스트 같은 추적 도구 덕분에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겨냥하는 방법을 파악하는 일은 더욱 쉬워졌습니다. 진정으로 기만적인 행위는 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실제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 패턴에 속지 않고, 발견한 사례를 세상에 알린다면 누구나 더 나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Dan Schlosser via Medium, Paul Hanaoka via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