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 블로그와 IT 뉴스를 주시해 왔다면, 오라클(Oracle)의 썬(Sun) 인수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오라클은 먼저 오픈솔라리스(OpenSolaris)를 중단시켰고, 이어서 오픈오피스(OpenOffice)의 라이선스 정책을 기존과 다르게 변경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의 반발을 샀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떠났고, 오픈오피스의 새로운 포크(fork)인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가 탄생하게 됩니다.
오라클의 공식 보도자료를 읽어보면, 마치 관공서 공문처럼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문체로 "오라클은 오픈오피스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리브레오피스는 단순한 반사적 대응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새 프로젝트의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오라클의 정책이 안심이 되는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몫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이 글에서는 순수하게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리브레오피스를 살펴보려 합니다. 과연 쓸만할까요? 기존 오픈오피스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테스트 환경: 최신 릴리즈 후보(RC) 직전 버전의 리브레오피스 베타

리브레오피스, 새로운 브랜딩
현재 리브레오피스는 기존 오피스 스위트에 새 로고를 붙인 수준입니다. 버전 번호 체계조차 오픈오피스의 명명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죠. 아직 정식 출시판이 아닌 이유는 핵심 기능 개선과 기존 버그 수정 등 해야 할 작업이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입니다.


설치 및 사용
리브레오피스의 설치와 실행 방식은 오픈오피스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기존 소프트웨어에서 좋았거나 싫었던 점은 그대로 리브레오피스에서도 만나게 될 겁니다. 실질적으로 이번 패키지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충분히 변화할 여지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물론 오픈오피스가 지닌 장단점도 고스란히 이어받았습니다. 무료이고 안정적이며 견고해서 전반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문서 작성 효율 면에서 최고의 도구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문제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제작이나 디지털 서명으로 문서에 서명하기 같은 여러 기능을 시험해 봤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우분투(Ubuntu)에서의 설치는 아직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deb 파일의 압축을 풀고 설치했더니 결국 일반 오픈오피스가 설치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
리브레오피스는 세계적으로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주요 리눅스 기업들이 자사 저장소에 이 스위트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고, Go-oo 오피스 역시 리브레오피스 기반으로 재구축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브레오피스가 현 상태로도 훌륭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유주와 철학뿐 아니라 인터페이스도 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그 형편없는 리본(ribbon) 인터페이스를 따라가자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제안하는 겁니다. 이번 분리는 그러한 변화를 꾀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리브레오피스의 인터페이스는 전형적인 클래식 오피스 스타일입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튼이 잔뜩 늘어서 있고, 스타일은 메뉴 깊숙이 숨겨져 있어 일반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인터페이스가 다소 구식 느낌을 줘서,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익숙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채택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경쟁 제품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UI를 선보인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적인 멀티 프로그램 분할 구조도 개선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XML 폼 문서(XML Form Document)라는 건 대체 뭘까요? 아마 누군가는 쓰고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에게는 원자력 추진 진공청소기만큼이나 쓸모없는 기능입니다.

물론 LyX처럼 LaTeX를 GUI 에디터 형태로 밀어붙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생산성과 품질이 월등히 뛰어나긴 하지만요. 조호(Zoho)나 구글 독스(Google Docs)처럼 좀 더 간결하고 가벼운 방식은 어떨까요?
OpenOffice4Kids는 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GUI를 완전히 재설계했으니 좋은 출발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능만 담은 단순하고 미니멀한 인터페이스죠.

결론
자유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리브레오피스에 대한 반응은 자연스럽게 호의적일 겁니다. 오라클을 차갑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기업이라며 반감을 드러내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런 태도는 지양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리브레오피스에는 여러분의 박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지원과 비판입니다. 오라클로부터의 분리는 이 제품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무조건적인 찬성은 여기서 통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이고, 필요하다면 엄격하게 평가해야 리브레오피스가 기존의 실수를 교훈 삼아 오피스 스위트 시장의 강력하고 현대적인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리브레오피스가 거추장스러운 유산을 벗어던지고 가볍고 단순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GUI의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애드온이나 숨김 기능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최대한의 크로스 플랫폼·크로스 포맷 호환성을 확보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리브레오피스는 사실상 오픈오피스입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기대할 뿐입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이니까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4는 아니지만 말이죠.
그럼, 즐거운 오피스 생활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