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노키아 사용자였습니다. 세계 모바일 시장에 진정한 혁명을 일으킨 회사였죠. 노키아 폰의 전원을 켤 때마다 마주 잡은 두 손을 형상화한 로고가 화면에 떠오르고, 상징적인 웰컴 사운드가 흘러나왔습니다. 이 로고는 세계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연결해 나가겠다는 노키아의 슬로건 '커넥팅 피플(Connecting People)'을 담고 있으며,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1991년에는 핀란드 총리가 최초의 GSM 통화를 성공시켰고, 1992년 노키아는 호주와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출시한 2100 시리즈 폰은 4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2천만 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회사는 비즈니스와 생산 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거인은 바다에 가라앉는 배처럼 무너지기 시작했고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주머니에서 한 대의 폰을 꺼내 세상에 선보이며 애플리케이션 기반 기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몰락은 갑작스러웠지만 수치는 뚜렷하게 말해줍니다. 2007년 회계연도 기준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49.4%였으나, 2014년 중반에는 2.3%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장의 절대 강자가 불과 10년도 안 되어 추락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무지였을까, 아니면 우직한 오만이었을까?
노키아는 분명 시장의 개척자였지만 비전이 부족했고, 경쟁자들을 진정한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포화 국면에 접어들던 휴대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얼마나 매력적인 기기인지 결코 눈치채지 못했고, '오만하면 넘어진다'는 격언의 완벽한 사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업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은 정점에 서 있을 때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바로 그때 아무것도 자신들을 위협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장 위대한 존재조차 이런 방식으로 낡게 됩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노키아 몰락의 책임은 애플이 아니라 노키아 자신에게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역량 있는 리더십의 부재
2006년, 칼라스부오(Kallasvuo)가 요르마 올릴라(Jorma Ollila)를 이어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직장 내에서 발전적이고 통합된 환경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졌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끝내 들으려 하지 않는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는 분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관리자들에게 해고를 들이대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위협적인 조직 분위기는 최고 경영진부터 지원 직원에 이르기까지 전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간 관리자들은 더 나은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변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하는 최고 경영진을 두려워했습니다. 그저 익숙하게 다룰 줄 아는 심비안(당시 노키아의 운영체제) 기반 단말기를 기한 내에 만드는 것에 만족했죠. 결과적으로 팀 전체의 협업이 부족했고, 이는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의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심비안 VS 안드로이드 VS iOS
노키아의 심비안은 모바일 기술의 미래로 통했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노키아는 세상이 본 적 없는 수준 높은 단말기들을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러나 조직의 최고 경영진은 안드로이드와 iOS 기기의 등장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분기 목표 미달성에 대한 압박 속에서,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는 중간 관리자들을 대한 대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에 맞서려면 더 나은 호환성 있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심비안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일을 두려워했습니다. 새 운영체제 개발에는 수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기에 심비안에 대한 믿음을 유지해야만 했죠. 외부 투자자, 공급업체, 고객들에게 패배주의자로 비칠까 봐, 그리고 그들이 빠르게 떠날까 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혁신 문화의 부재
노키아의 시대는 '단말기 중심'이었지만, 2007년 이후 시장은 '플랫폼 중심',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디지털화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과 재창조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노키아는 이미 2004~2005년경 터치스크린 폰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놓았지만, 경영진이 너무 위험하고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성공은 5%의 전략과 95%의 실행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노키아는 실행 면에서 명백히 뒤처져 있었습니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자 최고 경영진은 심비안만으로 터치스크린 폰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애플과 달리 하드웨어 역량마저 제약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표류
결국 노키아의 희망을 짓누른 것은 적절한 자원 배분의 실패였고, 이는 제품 출시의 반복적인 지연으로 이어졌습니다. 2011년, 신임 CEO 스티븐 일롭(Stephen Elop)은 운영체제를 외부에서 도입하기로 결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노키아의 컴백 전략: 현재 상황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브랜드 피처폰 사업을 HMD 글로벌(HMD Global)에 매각했습니다. 새로운 주인 아래에서 노키아는 시장 복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브랜드의 탄탄한 평판을 활용해 다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려는 전략입니다. 아마존 독점 판매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네 종류를 출시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윈도우가 아닌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이유?
회사는 이제 소비자 중심의 시대가 되었음을 깨닫고, 지금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전체 시장 점유율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해 온 운영체제입니다. 노키아는 9,000~15,000 루피대의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공할 계획이며, 회사의 전통을 이어 강력한 디자인과 격을 갖춘 순정 안드로이드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두려움은 때로 동기부여에 건강한 자극이 되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들은 조직 내 정서적 역량을 키우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감정을 수용함으로써 내부 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오래된 회사라 할지라도 미래를 위협하는 거센 파도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발명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