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프트웨어를 무조건 믿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일들을 보면, 모든 개발자가 사용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순진한 믿음은 쉽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Windows의 감시 의혹부터 브라우저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까지, 우리가 경계심을 갖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누구에게나 더 안전하고 보안성 높은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유토피아로 돌아갈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와 도구입니다.
1. Monica – 나만을 위한 개인 CRM
소셜 네트워킹은 본래 정부 선전이나 프라이버시 스캔들과는 무관하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까지도 쉽게 연락하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 중요한 기념일, 기타 정보를 전부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CRM(고객 관계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내 인간관계를 돌보고, 동시에 기밀 데이터까지 내 손에 쥐게 해주는 '개인용 CRM'이 있다면 어떨까요?
Monica는 바로 이런 목적으로 설계된 오픈 소스 개인 CRM입니다. 웹 기반 앱을 통해 특정 사람의 가족 정보를 기록하고, 연락 빈도를 추적하며, 알림을 예약하고, 주고받은 선물까지 관리할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에서는 다가오는 이벤트와 연락처 관련 할 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삶을 기록하며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저널링 기능도 제공합니다. iOS와 Android 앱으로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서버에 이만큼의 데이터를 맡기는 것이 꺼려진다면 직접 호스팅(self-hosting)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2. OpenSSL – 웹 암호화의 표준
2014년 이전까지 SSL(보안 소켓 계층)과 TLS(전송 계층 보안)는 개발자와 보안 업계 밖에서는 생소한 용어였습니다. 그러다 웹 역사상 손꼽히는 보안 취약점인 Heartbleed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안전한 웹사이트 연결을 위해 OpenSSL을 사용하던 서버의 약 17%가 이 취약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언론들이 Heartbleed를 대서특필하며 패닉을 조성했지만, 실제로는 취약점이 공개된 당일 패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대응 속도인데, 더욱 인상적인 것은 OpenSSL 팀의 규모입니다. 개발팀은 단 13명뿐이며, 그중 10명이 자원봉사자입니다.
OpenSSL은 1998년, 현재는 사라진 오픈 소스 프로젝트 SSLeay를 포크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초라한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웹 서버 암호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Heartbleed 사건 직후 구글이 OpenSSL을 포크해 BoringSSL을 만들기도 했는데,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자체 용도로 만든 것이라 OpenSSL 대신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3. OnionShare – 익명·안전한 파일 공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인터넷으로 대용량 파일을 보내는 일은 여전히 까다로운 과제입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덕분에 파일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그 편리함의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도 소프트웨어 없이 파일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데이터를 제3자 서버에 업로드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Takeafile처럼 제3자 서버에 업로드 없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익명성과 보안이 최우선이라면 OnionShare가 좋은 선택입니다. 오픈 소스일 뿐만 아니라 TOR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전하고 익명으로 파일을 공유할 수 있으며, Linux, macOS, Windows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TOR 네트워크 위에 전용 웹 서버를 생성합니다.
파일을 창으로 끌어다 놓으면 수신자에게 전달할 고유한 .onion URL이 생성됩니다. 파일은 오직 내 컴퓨터에서만 호스팅되므로, 데이터가 제3자의 손에 넘어갈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수신자가 TOR 브라우저로 링크를 열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모든 상황에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파일을 확실히 비밀로 유지하고 싶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대안입니다.
4. OpenWRT – 라우터를 위한 오픈 소스 펌웨어
2018년 5월, 시스코 탈로스(Cisco Talos) 인텔리전스 그룹의 연구원들은 전 세계 라우터를 표적으로 하는 멀웨어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조사 결과 2018년 5월 24일 기준으로 VPNFilter에 감염된 라우터가 50만 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 멀웨어는 여전히 기본 로그인 자격 증명을 사용하던 인기 라우터들의 펌웨어 취약점을 악용했습니다.
물론 라우터가 보안 위협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VPNFilter 사건은 라우터가 여전히 우리 보안의 약점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대개 라우터 펌웨어에 있습니다.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개발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OpenWRT는 라우터 같은 임베디드 장치를 위해 개발된 리눅스 기반 오픈 소스 펌웨어입니다. 웹 인터페이스가 내장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라우터 펌웨어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성능 개선만으로는 매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기능들도 살펴볼 만합니다.
네트워크 트래픽 모니터링, BitTorrent 클라이언트 실행, 네트워크 전체 VPN 구성 등 탐구할 거리가 넘쳐납니다. OpenWRT가 VPNFilter로부터 명확하게 보호해 준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적어도 기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그대로 두고 있을 가능성은 없애 줍니다.
5. OpenVPN – 검증된 오픈 소스 VPN 프로토콜
VPN(가상 사설망)은 수십 년간 기업 IT 시스템의 필수 요소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VPN을 처음 접하는 곳은 직장이었고, 요즘은 검열 우회와 데이터 보호를 위한 프라이버시 도구로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VPN에 대한 관심 급증으로 새로운 업체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무료 서비스, 유료 제공업체, 넷플릭스용 VPN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등장했습니다.
OpenVPN은 2002년 처음 공개된 오픈 소스 VPN 프로토콜입니다. Linux, macOS, Windows 등 주요 플랫폼을 모두 지원하며 Android와 iOS용 모바일 앱도 제공됩니다. 많은 VPN 업체가 자체 앱을 배포하지만 모든 플랫폼을 지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OpenVPN은 이상적인 대안이 됩니다. 업무용, 가정용 등 용도별로 여러 VPN 설정을 저장해 두었다가 OpenVPN 클라이언트로 필요할 때마다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OpenVPN은 OpenSSL을 통해 256비트 암호화로 전송 중인 데이터를 보호합니다. VPN의 대표적인 용도인 방화벽 우회, 예컨대 중국의 그레이트 파이어월(Great Firewall) 통과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합니다. 데이터를 일반 인터넷 트래픽처럼 위장해 심층 패킷 검사(DPI)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 소스인 만큼 개발자들의 버그 리포트로 프로토콜이 꾸준히 개선되며, OpenVPN Inc.가 개발하는 Private Tunnel 같은 상용 프로젝트로도 확장되었습니다.
오픈 소스, 모두를 위한 신뢰의 선택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은 중요합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당신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고 말한다면, 곧바로 믿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술 기업들이 믿을 수 없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도 데이터를 넘겨주곤 합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모든 데이터 문제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어디에 신뢰를 두어야 할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오픈 소스 운동은 파일 공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Linux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오픈 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 배포판도 무궁무진합니다.
굳이 운영체제를 바꾸지 않더라도 오픈 소스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부터 Windows 유틸리티, 크로스플랫폼 앱까지 탐험할 세계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몇 가지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차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완전한 자유 오픈 소스 라이프스타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