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은 때때로 기존 질서를 뒤바꾸며 등장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흥미진진한 만큼, 새로운 우려도 함께 따라옵니다.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하지만 아직 너무 기대하기에는 이릅니다. 메타버스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들려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잠재적 문제점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과 메타버스
혁신적인 기술 분야에서는 선구자가 결국 정점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술 거인 페이스북만큼 이 사실을 잘 아는 회사도 드뭅니다. 페이스북이 오늘날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소셜 미디어의 개척자였기 때문입니다.
2004년 페이스북이 등장했을 때, 회사는 뿌리내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고, 훗날 거대한 수익 시장으로 성장할 분야의 상당 부분을 먼저 선점했습니다. 이제 이 회사는 메타버스에 사업의 초점을 옮기며, 또 한 번의 기술 혁명에서 개척자로서의 성공을 반복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주식회사, 즉 현재의 메타(Meta)가 성공한다면, 곧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올지 모르는 기술 영역에서 승리의 패를 쥐게 될 것입니다.
이는 몇몇 기술 대기업이 웹 2.0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마저 독점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탈중앙화 생태계가 구동하는 유토피아적 메타버스 비전과는 정반대의 그림입니다.
메타버스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빅테크가 야기할 문제들을 먼저 조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혼합 현실(MR)입니다. MR은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융합한 것입니다. 언젠가 이 융합이 너무나 몰입적이고 보편화되어, 사람들의 가상 삶과 현실 삶이 하나로 묶여 구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메타버스를 장악한 자가 현실의 상당 부분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메타가 주도하는 메타버스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프라이버시 악몽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관행은 늘 우려의 대상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입니다.
아마존과 구글 같은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도 데이터 수집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메타가 특히 두드러지는 이유는 접근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 때문입니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후, 메타는 어떤 회사보다도 방대한 개인 식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메타버스가 아직 발전 단계에 있음에도, 메타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MR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MR은 메타버스의 근간이자, 가장 침습적이고 데이터 추출이 극심한 기기군에 속합니다.
현재의 MR 기기에는 눈, 얼굴, 손, 몸 동작을 추적하는 기술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2021년 국제 웨어러블 컴퓨터 심포지엄에서 진행된 파일럿 연구에서는 MR 기기에 뇌 활동까지 기록할 수 있는 뇌전도(EEG) 시스템이 장착되기도 했습니다.
메타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에 더해, 회사는 MR 기기를 통해 훨씬 더 사적인 정보를 얻게 됩니다. 신체적 특징, 걷는 방식, 말하는 습관, 사고 패턴은 물론, 페르소나에 대한 더 깊은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메타가 이런 종류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들과 공유해온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민감하게 수집된 당신의 데이터라도 어디든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메타가 주도하는 메타버스란, 빅테크에 우리의 사생활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활용하도록 더 큰 폭으로 내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2. Z세대의 또 다른 디지털 중독
소셜 미디어는 중독성이 있으며, 특히 젊은 사용자에게 그렇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사회가 디지털 세계에 더 깊이 몰입할수록, 물리적 현실과는 점점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메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한 주범 중 하나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사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의 젊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자사 제품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해 사용량을 줄이지 못하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매출 유지를 위해 젊은 사용자들이 계속 중독 상태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이 회사는 돈만 벌면 무엇이든 감행한다고 여러 차례 입증해왔습니다. Z세대의 정신 건강을 희생하더라도 말입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보다 훨씬 더 몰입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메타는 메타버스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에서 젊은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Z세대 사용자가 많은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를 영입해 메타버스 비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핵심 목표가 젊은 성인층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중독에 취약한 젊은 시장에 중독성 콘텐츠를 공급해온 메타의 과거 행보는, 메타버스와 결합될 때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한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3. 위험한 독점
메타는 이미 우리의 디지털 사회 생활에 상당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소셜 미디어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서 사회적 존재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포괄적인 다음 단계로 불립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활동들, 예를 들어 춤추기, 노래하기, 운동하기 같은 것들이 메타버스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분명 흥미로운 전망이지만, 메타가 지배하는 메타버스는 이런 새로운 사회생활의 가능성마저 단일 기업의 손아귀에 넣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메타가 지배하는 메타버스는 독립적 혁신의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의 사업 전략은 규모의 논리로 경쟁자를 밀어내는 데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스냅챗 인수에 실패하자 기능을 그대로 베껴왔으며, 틱톡을 견제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릴스를 출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수준의 재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라면, 메타가 주도하는 메타버스에서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숨 막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메타가 그리는 메타버스의 청사진
어떤 단일 주체도 메타버스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빅테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메타 같은 기업은 탈중앙화 속에서 성장하지 않습니다. 메타가 그리는 메타버스는 대중이 상상하는 사용자가 직접 통제하는 세계가 아니라, 기존 제품과 생태계의 몰입형 버전에 가깝습니다.
메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기존의 폐쇄적 생태계를 메타버스 안에 그대로 재현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땅한 규율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타가 주도하는 메타버스는 우려스러운 전망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VR 게임 기기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VR과 메타버스 사이에는 여전히 이해해야 할 핵심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