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었고, 그만큼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도 함께 커졌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된 앱을 설치해 상황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순간 사실상 모든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여러분의 개인정보를 위협하고 있을까요? 주요 침해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사진에 숨어 있는 위치 정보(메타데이터)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기본 설정으로 촬영한 모든 사진에는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삽입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즉,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여러분의 동선과 자주 가는 장소를 그대로 노출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 펠릭스 크라우제(Felix Krause)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기 위해 개념 증명(PoC) 앱을 만들었습니다. 사진 접근 권한을 허용한 앱이라면 누구나 사진에서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동 경로의 시작과 끝, 직장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위치 태그를 달면 촬영 장소를 기억하기는 편리하지만, 그 단점이 장점보다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위치 태그를 끄려면 카메라 앱을 연 뒤 점 세 개 메뉴 버튼을 누르고 설정으로 들어가 위치 저장(Save location) 옵션을 비활성화하면 됩니다.
iOS라면 설정 >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 위치 서비스로 이동해 목록에서 카메라를 선택하고 안 함(Never)으로 설정하세요.
2. 사용자가 모르는 화면 녹화
앱이 마이크를 통해 하는 말을 몰래 듣는다는 것은 흔히 두려워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을 녹화한다면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키로깅(keylogging)의 모바일판이라 할 수 있는 이 행위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2018년 중반 Alphr는 보안 연구원들이 다수의 안드로이드 앱이 사용자 화면의 스크린샷과 영상을 제3자에게 전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iOS에서도 ZDNet은 우버(Uber) 앱 내부에 사용자의 화면을 녹화할 수 있는 코드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매일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되는 개인 문자 대화, 부끄러운 검색 기록, 비밀번호, 민감한 사진 등이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3. 앱 권한 남용
앱 권한이 개인정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앱이 위치나 마이크 같은 민감한 정보를 사용하려면 먼저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개별 권한을 켜고 끌 수 있어 다행이지만, 일단 권한을 허용하면 앱이 그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침해가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려고 마이크 권한을 줬는데, 앱이 몰래 TV 소리까지 듣고 광고주를 위한 사용자 프로필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습니다. 또 연락처 접근 권한을 가진 앱이 여러분의 지인들을 스팸 발송 명단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앱 설치 전에 해당 회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읽어보는 것이 현명하지만, 항상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무료 앱에 아무 확인 없이 개인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4. 브라우저 추적
웹 전반에 만연한 추적으로부터 스마트폰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웹사이트에 방문할 때마다 해당 사이트들은 위치, 브라우저 종류, 운영체제 등의 정보를 수집합니다. 트래킹 비컨(tracking beacon)과 소셜 미디어 버튼은 여러분이 어디를 이동하든 뒤따라옵니다.
여기에 브라우저 자체의 추적까지 더해집니다. 구글이 만든 크롬은 사용자의 검색·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더 정교한 광고 프로필을 구축합니다. 또한 설치를 피해야 할 인기 안드로이드 앱 중에는 제3자에게 정보를 넘기는 브라우저도 있습니다.
5. 스마트폰 속 각종 센서
스마트폰에는 기기의 물리적 정보를 측정하는 수많은 센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속도계: 폰이 향하는 방향, 이동 속도, 걸음 수를 측정해 피트니스 앱 등에 활용됩니다.
- 자이로스코프: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며, 일부 게임과 파노라마 사진 촬영에 필수적입니다.
- 자기장 센서(마그네토미터): 지도나 나침반 앱에서 북쪽 방향을 찾는 데 쓰입니다.
- GPS: 지구상에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게 해줍니다.
- 기타 센서: 근접 센서(폰이 귀에 닿았는지 감지), 주변광 센서(자동 밝기 조절)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앱과 운영체제가 여러 목적으로 이런 센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권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어떤 앱이 이 정보를 기록하고 악용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속도계 데이터만으로도 앱은 폰이 얼마나 오래 가만히 놓여 있는지, 언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위험한 것은 폰 안의 데이터만이 아닙니다. 폰 자체의 물리적 정보까지 노출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6. 무료 공용 와이파이
무료 개방형 와이파이는 거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분명 편리하지만, 공용 와이파이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번 강조된 바 있습니다.
VPN을 사용하면 많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이런 네트워크에서는 VPN이 차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와이파이를 사용해야 한다면, 일반적인 보안 위험을 넘어 개인정보 유출의 문턱에 서게 되는 셈입니다.
와이파이를 설치한 업체가 그 네트워크를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즉, 방문하는 모든 웹사이트를 추적하고, 사용자 프로필을 만들고, 새로운 광고를 삽입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합니다. 기기를 업체의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순간 상당한 신뢰를 맡기는 것이며,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7. 이동통신사의 추적
앱과 운영체제의 개인정보 침해를 살펴봤지만, 이동통신사 역시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버라이즌(Verizon), AT&T 같은 통신사는 서비스 이용 방식만으로도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지국에 연결되는지를 통해 자주 가는 장소나 현재 위치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쓰는 인터넷 ISP와 마찬가지로, 통신사도 모바일 데이터를 통해 여러분의 웹 사용 기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2016년 버라이즌이 '슈퍼쿠키(supercookie)'로 고객을 추적하다가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무료 서비스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라면 더욱 심각하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은 프라이버시의 악몽
이 글을 통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추적의 상당수는 익명으로 이루어지며, 현대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일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태도입니다. 앱, 웹사이트, 운영체제, 통신사가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필요하다면 안드로이드를 더 안전한 OS로 교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실질적인 조치를 원한다면 안드로이드 개인정보 보호 방법과 아이폰 프라이버시 강화 설정을 확인해 보세요.
참고로 개인정보 문제는 아니지만 성가신 요소 중 하나로 스마트폰 노치(디스플레이 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노치가 존재하는 이유와 앞으로 사라질 전망도 함께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