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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하는 '혁신'들: 빛을 잃어가는 기술과 서비스들

혁신은 과학기술의 필수 요소이자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원동력입니다. 혁신이 없다면 번영하는 산업이나 활기찬 시장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쪽에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면 다른 쪽에서 그것을 소비하고, 이러한 순환이 다시 새로운 발명과 발견으로 이어지며 세상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항상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한 걸음 물러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어느새 평범해진 콘텐츠

1998년 넷플릭스가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로 출발했을 때, 이는 선구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1,000여 개 남짓한 타이틀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방대한 콘텐츠를 갖춘 최고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약 20년 뒤인 2020년에 이르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 또한 치열해졌습니다. 디즈니+의 화려한 출시와 함께 넷플릭스는 고객 이탈이라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훌루(Hulu), HBO Now, 아마존 프라임, 슬링 TV 등 경쟁 서비스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주말이 아니면 TV를 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비용 부담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작 중에서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르코 폴로', '보잭 홀스먼' 같은 작품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줄어들면서 구독자 이탈이 시작됐습니다.

넷플릭스의 만회 전략은 수많은 중저급 콘텐츠를 쏟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풀러 하우스', '언컷 젬스', '샌디 웩슬러', '머더 미스터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마치 애덤 샌들러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넷플릭스에서 직장인처럼 어떤 배역이든 맡아 연기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었습니다.

이런 평범한 콘텐츠는 당분간 효과를 봤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주부나 은퇴자들이 주요 타깃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가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재 삼는 저급한 게임 쇼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빅 브라더'류 리얼리티 쇼는 의외로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질보다 양에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더 서클', '데이팅 어라운드', '테라스 하우스' 같은 기행에 가까운 프로그램도 등장했고, 결국에는 오래된 연속극의 리부트와 무한 확장, 즉 '더 볼드 앤 더 뷰티풀'류 콘텐츠의 증식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1) 팟캐스터도 라디오 진행자의 운명을 밟게 될까

세계 인구의 절반이 라디오에 매료돼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 로건(Joe Rogan) 같은 미디어 스타는 전국민이 아는 인물이 됐고,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들을 신뢰했습니다. 많은 라디오 진행자가 노래와 예능 토크 사이사이 팩트와 유용한 정보를 전하며 청취자를 깨우고자 했습니다. 일부는 주목받았지만, 외면당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외면당한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인터넷에 유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팟캐스트의 시초입니다.

팟캐스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수백만 명이 특정 채널에서 즐겨 찾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마이 페이버릿 머더', '빌 시몬스 팟캐스트', 그리고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가 대표적입니다. 인기 팟캐스터들은 순식간에 부자가 되어가고 있고,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며 수익을 더욱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과거 라디오 진행자들이 TV 쇼로 영역을 넓히며 반복했던 패턴과 흡사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최종 운명이 어땠느냐는 점입니다. 팟캐스트의 등장으로 라디오 산업은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팟캐스트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진행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들려주려 합니다. 좋은 팟캐스터들조차 거대한 팟캐스트의 바다에 묻힐 것이며, 언젠가 이 혁신 기술 역시 한 걸음 물러나 새로운 무언가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입니다.

2) 암호화폐는 정말 사라질 것인가

암호화폐를 처음 들었을 때는 허공에서 금을 캐내는 듯한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사고파는 물건도, 눈에 보이는 실체도 없는데도 일부는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됐습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 모두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임에 레벨이 있는 것처럼 암호화폐 업계에도 새로운 난관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해커가 암호화폐를 훔쳐갈 위험, 채굴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컴퓨터를 몰래 빌려 채굴에 동원되는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채굴이라 하면 대부분의 금속이 지각 속 광맥에서 채굴되듯 금 역시 땅에서 얻어집니다. 과거에는 금 보유량이 한 나라 정부가 얼마나 많은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지, 세계은행에서 얼마나 대출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금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곧 자산 가치에 대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속에서 채굴되는 화폐는 그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디지털 숫자일 뿐입니다. 물리적 실체가 없고, 어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도 연동되지 않으며, 수출입에 기반하지도 않습니다. 요컨대 암호화폐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만큼,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스포티파이, 광고 없는 음악 서비스에서 평범한 라디오 방송국으로

사람들이 주류 라디오 방송국을 떠나 스포티파이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넘쳐나는 광고였습니다. 라디오 청취 시간의 60%를 광고에 낭비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원하는 곡만 들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은 방송국의 손바닥 위에서 그들이 틀어주는 곡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CD 전체를 살 필요 없이 오늘 듣고 싶은 곡만 골라 듣고 싶다면? 스포티파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성공했고, 사용자의 취향과 비슷한 곡을 추천 목록에 담아주는 알고리즘까지 선보였습니다.

이 덕분에 스포티파이는 2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고, 프리미엄 계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아이디어가 등장했습니다. 비프리미엄 사용자는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대신 뭔가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광고입니다. 무료 음악을 제공하려면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요. 그래도 라디오보다는 낫습니다. 성가신 광고가 끝나면 언제든 원하는 곡을 직접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 오프라인 모드로 저장해 두는 편입니다. 이렇게 하면 배터리와 데이터도 아끼고 좋아하는 곡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시간을 내어 유튜브의 방대한 음원을 탐색하고 미리 받아 두는 것입니다.

맺음말: 후퇴하는 '혁신'들이 말해주는 것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법칙이 우리 세상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오늘날 인기 있는 모든 혁신과 기술도 언젠가 수요를 잃거나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이 후퇴하는 이유는 반드시 더 뛰어난 기술의 등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질리도록 반복되는 단조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 서비스를 광고 수익으로 메우는 식의 무리한 수익화 시도가 주된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결국 질과 사용자 경험이 양보다 우선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례들은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