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칫솔처럼 다루세요.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말고, 6개월마다 반드시 새것으로 교체하세요." — 클리포드 스톨(Clifford Stoll)
웹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들 때 잠깐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기억하기 쉬운 약한 비밀번호'를 쓸 것인가, 아니면 '기억하기 어려운 강력한 비밀번호'를 쓸 것인가 하는 딜레마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인 강력한 비밀번호를 만들 수 있는 검증된 규칙과 지침을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비밀번호 보안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직접 실천해 온 방법들이니, 지금 바로 여러분의 계정 보안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 필수 규칙
비밀번호를 만들 때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규칙은 단 두 가지입니다.
규칙 1 — 비밀번호 길이: 최소 8자 이상의 비밀번호를 사용하세요. 문자가 많을수록 공격자가 비밀번호를 크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가능하다면 10자 이상을 권장합니다.
규칙 2 — 비밀번호 복잡성: 아래 네 가지 문자 그룹 각각에서 최소 한 글자씩 포함해야 합니다. 즉, 비밀번호에 최소 4가지 종류의 문자가 섞여 있어야 합니다.
- 영어 소문자
- 영어 대문자
- 숫자
- 특수문자(!, @, # 등)
이 두 규칙을 합쳐서 '8·4 규칙(8 4 Rule)'이라고 부릅니다.
- 8 = 최소 8자 이상의 길이
- 4 = 소문자 1 + 대문자 1 + 숫자 1 + 특수문자 1
지금까지 어떤 기준 없이 비밀번호를 만들어 온 분이라면, 이 '8·4 규칙'만 적용해도 비밀번호 강도가 놀랍도록 향상됩니다. 특히 은행 업무나 금융 관련 사이트의 비밀번호가 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다른 일을 멈추고 해당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2. 강력한 비밀번호를 만드는 방법
- 8·4 규칙을 따르세요. 앞서 설명했듯이 이것이 강력한 비밀번호의 기본 토대입니다.
- 고유한 문자를 충분히 사용하세요. 서로 다른 문자를 최소 5개 이상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8·4 규칙을 따랐다면 이미 4종류의 문자는 확보된 상태입니다.
- 비밀번호 관리 도구를 사용하세요. 강력한 비밀번호는 외우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저장 방법이 필수입니다. 비밀번호를 만들 때마다 관리 도구에 기록하고, 암호화되어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습관화하세요. Windows, Linux, Mac에서 작동하고 USB 드라이브로 실행까지 가능한 무료 비밀번호 매니저 등 선택지는 다양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골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패스프레이즈(Passphrase)를 활용하세요. 별도의 관리 도구를 쓰고 싶지 않다면, 잘 아는 문장이나 노래 가사의 첫 글자들을 조합해 보세요. 예를 들어 "Passwords are like underwears, change yours often!"이라는 문장은 Prlu,Curs0!라는 강력한 비밀번호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3. 절대 피해야 할 약한 비밀번호
아래 항목들은 비밀번호 전체는 물론 일부에도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
- 아이디와 동일하거나 아이디의 일부를 포함하는 경우
- 가족, 친구, 반려동물의 이름
-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개인 정보 — 생년월일, 전화번호, 차량 번호판, 거리 이름, 아파트 동·호수처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 연속된 문자열 — abcde, 12345, qwert 같은 연속 알파벳, 숫자, 키보드 배열
- 사전에 있는 단어, 그리고 그 앞뒤에 숫자나 특수문자를 붙인 형태
- 어떤 언어든 실제 존재하는 단어 자체
- 비슷하게 생긴 숫자로 치환한 사전 단어 — 예: passw0rd처럼 O를 0으로 바꾼 형태
- 위 항목들을 거꾸로 나열한 경우
- 위 항목들 앞뒤에 숫자 하나를 덧붙인 경우
- 빈 비밀번호
4. 알면서도 놓치기 쉬운 비밀번호 상식
다음 내용들은 전부 낯설지 않은 상식이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자주 소홀히 하는 부분입니다.
- 매번 새로운 비밀번호를 만드세요. 기존 계정의 비밀번호를 변경할 때 이전과 똑같거나, password1 → password2처럼 숫자만 늘리는 식의 변경은 하지 마세요.
- 6개월마다 전체 비밀번호를 교체하세요. 비밀번호 길이는 유한하기 때문에, 공격자에게 충분한 시간과 컴퓨팅 파워가 주어지면 무차별 대입(brute-force) 공격은 결국 성공합니다. 캘린더에 반복 일정을 등록해 6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바꾸는 습관을 들이세요.
- 절대 종이에 적어두지 마세요. 강력한 비밀번호를 만들어 놓고 종이에 적어 컴퓨터 옆에 두는 것은, 약한 비밀번호를 쓰는 것만큼이나 위험합니다. 실제 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적어 컴퓨터 근처에 두거나, 마우스 패드 밑 포스트잇이면 안전하다고 믿는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비밀번호를 항상 휴대하고 싶다면 USB에서 실행되는 비밀번호 관리 도구를 함께携带하세요.
- 누구와도 공유하지 마세요. '누구'에는 친구와 가족도 포함됩니다. "비밀번호는 속옷과 같아서 아무와도 나눠 입지 않는다"는 말처럼, 아이들에게 온라인 안전 교육과 비밀번호 공유 금지를 가르치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 여러 사이트에 같은 비밀번호를 쓰지 마세요. 이메일용 하나, 은행 사이트용 하나, SNS용 하나씩 묶어 쓰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모든 계정마다 고유한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합니다. 한곳이 유출되면 연쇄적으로 모든 계정이 위험해집니다.
- 눈치 보이는 곳에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마세요. 특히 천천히 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찾으며 타이핑하는 경우라면, 뒤에서 보는 사람이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매우 쉽습니다.
- 이메일로 비밀번호를 보내지 마세요. 해커들은 고객 지원 담당자를 가장해 이메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수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정식 웹사이트나 기업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일이 절대 없습니다.
- 유출 의심 시 즉시 변경하세요. 누군가 비밀번호를 훔쳤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1분도 망설이지 말고 바로 변경하세요.
- 마스터 비밀번호 설정 없이 브라우저의 '비밀번호 저장' 기능을 쓰지 마세요. 마스터 비밀번호 없이 브라우저에 저장된 비밀번호는 해당 브라우저를 쓰는 누구나 평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남의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저장 팝업에 반드시 '나중에'를 선택하세요.
- 남의 컴퓨터에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마세요. 특히 인터넷뱅킹 같은 민감한 사이트는 더욱 그렇습니다. 해커들이 키로거(keylogger)로 시스템의 모든 키 입력을 기록해 비밀번호까지 가로채는 것은 매우 흔한 수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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