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개인정보 보호에 지나치게 민감한 편도 아니고 구글 생태계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파이어폭스는 늘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하지만 Firefox Quantum이 공개되자 가장 먼저 사용해 본 사용자 중 한 명이 되었다. 놀라운 속도, 새로운 미니멀한 디자인, 그리고 다른 브라우저(특히 크롬)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게 해줄 다양한 변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질라는 이 약속을 지켰을까? 필자는 Firefox Quantum 출시 이후 계속 사용해 왔으며, 그 성능과 디자인, 안정성에 기분 좋게 놀랐다. 오늘은 새로운 파이어폭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사용해 볼 가치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다.
Firefox Quantum의 속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이전 버전의 파이어폭스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할 수 있다. 페이지 로딩 속도뿐만 아니라 화면 전환, 탭 열기·닫기, 메뉴 조작 등 거의 모든 동작이 빨라졌다. 다만 Firefox Quantum과 다른 브라우저를 단순 비교하기는 매우 어렵다. 새로운 파이어폭스는 기기의 하드웨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만, 다른 브라우저들은 그중 일부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그래서 Firefox Quantum이 프로세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Firefox Quantum의 리소스 활용 방식
이해를 돕기 위해 크롬과 파이어폭스의 프로세스 처리 방식을 비교해 보자. 크롬에서 새 탭을 열면 해당 프로세스를 저장하기 위해 별도의 RAM 블록을 할당하고, CPU 코어 중 하나에 그 프로세스를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탭을 열 때마다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데, 즉 탭마다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스를 여는 셈이다.
아래 스크린샷에서 크롬이 연 탭 7개에 대해 7개의 프로세스를 생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식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프로세스마다 새로운 RAM 블록을 사용하기 때문에 크롬은 상당히 많은 메모리를 소비한다(메모리 문제로 유명한 이유다). 둘째, 하나의 프로세스에는 단일 CPU 코어만 할당되므로, 그 프로세스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성능은 단일 코어의 성능으로 제한된다.
반면 Firefox Quantum에서 탭을 열면 탭 프로세스를 저장할 RAM 블록을 확보한 뒤, 프로세스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CPU의 사용 가능한 모든 코어에 각 부분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최대 4개의 프로세스까지만 열며, 이후 탭들은 같은 메모리 블록에 저장한다.
아래 스크린샷에서 탭을 6개 열었음에도 파이어폭스가 두 개의 기본 프로세스 외에 4개의 프로세스만 생성한 것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열리는 프로세스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Firefox Quantum은 훨씬 적은 메모리를 사용한다. 모질라에 따르면 크롬보다 30% 적은 메모리를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사용 가능한 모든 CPU 코어가 하나의 프로세스 실행에 투입되므로, 파이어폭스는 페이지 로딩 속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유지할 더 많은 성능을 확보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듀얼 코어든 옥타코어든 크롬은 하나의 프로세스에 단일 코어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Firefox Quantum은 PC 성능이 좋을수록 항상 더 빠르게 작동한다. 앞으로 20코어 CPU를 장착하더라도 다른 브라우저와 달리 파이어폭스는 그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미래를 위한 브라우저'라고 부를 만하다.
Firefox Quantum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Firefox Quantum의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브라우저답게 확실히 현대적이다. 세련되고 미니멀하면서도, 우리가 늘 사랑해 온 파이어폭스 특유의 뛰어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그대로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크롬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UI의 절충안에 더 많은 기능성을 더한 느낌이다. 전환 효과는 부드럽고 버벅임이 없으며, 필요한 모든 기능이 눈앞에 바로 펼쳐진다.

모질라는 사용자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따로 배워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요소가 예상되는 위치에 마법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메인 메뉴가 다소 어수선하다고 느꼈지만, 큰 버튼을 사용했던 이전 버전보다 훨씬 실용적이다.
브라우저의 다양한 기능을 안내하기 위해 등장하는 귀여운 몬스터 캐릭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웹 서핑 중 귀여운 캐릭터를 마주치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Firefox Quantum의 새로운 기능
놀라운 속도와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만으로도 Firefox Quantum을 사용해 볼 충분한 이유가 되지만, 파이어폭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몇 가지 신규 기능도 있다.
스크린샷 도구: 놀랍도록 직관적인 스크린샷 도구가 내장되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화면을 캡처하고 손쉽게 다운로드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대부분의 트래커 차단: 파이어폭스는 사생활 보호 모드에서 대부분의 알려진 트래커를 자동으로 차단하며, 설정에 따라 일반 브라우징에서도 차단할 수 있다.

새 탭에서 흥미로운 콘텐츠 표시: 방문한 사이트 외에도 인기 기사, 밈(meme), 모질라 관련 정보 등을 새 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세스 상한 조절: RAM 용량이 넉넉하다면 프로세스 상한을 늘려 더욱 빠른 브라우징을 경험할 수 있다. "메인 메뉴 → 설정(Options) → 일반(General)"으로 이동하면 "성능(Performance)" 항목 아래에서 해당 옵션을 찾을 수 있다.

URL 복사: 주소창 옆의 버튼을 클릭하면 URL을 빠르게 복사할 수 있다.

총평
모질라는 파이어폭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그 결실은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하드웨어 리소스를 온전히 활용하고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브라우저다. 속도와 미니멀한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면 Firefox Quantum은 분명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게다가 파이어폭스는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와 커스터마이징에도 강력하게 집중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도약을 위해 일부 구형 확장 프로그램 지원은 포기해야 했다. 꼭 필요한 확장 프로그램이 Firefox Quantum에서 지원되지 않는다면, 대체품이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