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약 65%의 인터넷 사용자가 구글 크롬으로 웹을 탐색하고 있으며, 구글의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인 크로뮴(Chromium)을 기반으로 한 브라우저 사용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는 겉으로 보기보다 내부적으로 훨씬 복잡하게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새로 등장하는 브라우저들이 크로뮴의 구성 요소를 활용하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오페라(Opera), 브레이브(Brave), 발디(Vivaldi), 얀덱스(Yandex) 같은 브라우저들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엣지(Microsoft Edge)마저 크로뮴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의 브라우저들은 왜 크로뮴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이 흐름은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출처: Netmarketshare, 2019년 1월
브라우저 개발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좋은 브라우저를 소규모 팀이 몇 달 안에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브라우저가 존재했을 것입니다. 브라우저 하나를 제대로 구동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브라우저의 버튼과 각종 조작 요소
- 브라우저 엔진: UI에서 받은 명령을 렌더링 엔진으로 전달
- 렌더링 엔진: HTML/CSS로 작성된 화면을 실제로 그려주는 역할
- 기타 구성 요소: 자바스크립트 엔진, 데이터 저장소 등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려면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미 잘 관리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검증된 기술이 존재하는데, 굳이 처음부터 다시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죠.
현재 이 수준의 완전한 브라우저 프로젝트는 단 세 곳뿐입니다. 각자 고유의 브라우저 엔진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데, 구글 크롬(블링크/Blink), 모질라 파이어폭스(게코/Gecko), 애플 사파리(웹킷/WebKit)가 그 주인공입니다. 엣지도 한때 여기에 속해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크로뮴 기반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했습니다.
거대하고 활발한 개발 커뮤니티

크로뮴은 오픈소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기 때문에, 브라우저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새 기능을 더하는 거대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습니다.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원본 프로젝트는 더욱 강해집니다. 포크(fork) 사이에서 코드가 자유롭게 오갈 뿐 아니라, 브라우저가 아닌 프로젝트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NGLE, Skia, V8 같은 크로뮴의 구성 요소들은 스포티파이(Spotify)부터 마이크로소프트 VS Code까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확장 프로그램이 모여 있는 곳

방대한 확장 프로그램 생태계도 크로뮴의 큰 매력입니다. 크로뮴 기반이라면 어떤 브라우저든 자신에게 맞게 브라우징 환경을 꾸밀 수 있는 서드파티 확장 기능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발팀 입장에서도 확장 프로그램을 배포할 때 크롬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은 곳이 크롬이고, 크롬 기반으로 브라우저를 만들면 그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롬이 웹의 표준을 만들어간다

좋든 싫든 크롬은 대다수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통로입니다. 따라서 웹사이트를 만든다면 최우선 과제는 크롬에 최적화하는 일입니다. 역으로, 대부분의 사이트와 문제없이 호환되고 최신 웹 기술을 놓치지 않으려면 크로뮴이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구글이 내 데이터를 수집할까?

크로뮴에 대한 가장 흔한 우려는 '구글의 코드가 내 데이터로 뭔가 짓궂은 짓을 하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크롬과 구글은 과거에 프라이버시 논란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크로뮴은 완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며, 구글과 통신하는 부분은 대부분 크롬에 속한 기능이지 크로뮴 자체가 아닙니다. 크로뮴 코드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개발자가 그냥 잘라내면 됩니다. 실제로 브레이브처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많은 브라우저가 크로뮴을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구글 요소 제거(un-google)'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크로뮴은 얼마나 좋은 선택일까?

크롬이 인터넷 브라우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크로뮴이 브라우저 세계 곳곳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찬반 양쪽 논거가 존재합니다.
찬성: 크로뮴은 최고 수준의 웹 브라우징 기술이며 끊임없이 업데이트됩니다.
반대: 크로뮴이 시장 점유율을 너무 많이 차지하면 경쟁이 둔화되고 브라우저 기술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찬성: 크로뮴이라는 플랫폼 덕분에 개발자가 새로운 브라우저 아이디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단일 문화(monoculture)보다 오히려 다양성을 얻기 쉽습니다.
반대: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를 모두 합쳐도 크롬의 점유율에는 못 미치며, 상당수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찬성: 많은 웹 기술이 표준화되어 개발자에게 유리하고, 모두가 같은 (웹)페이지 위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반대: 크로뮴에 문제가 생기면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광범위하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찬성: 대부분의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를 통해 구글이 사용자를 감시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데이터를 보내는 부분은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일부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로는 구글이 감시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개발사가 해당 부분을 제거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길 수 없다면 함께하기
오픈소스 프로젝트, 빠른 브라우징, 풍부한 확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인기를 얻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수많은 포크와 개발 커뮤니티가 합류할수록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파이어폭스 같은 대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경쟁 없는 크로뮴의 독점이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니므로, 이들이 오래 살아남길 바랍니다. 하지만 구글의 기술이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만들어간다면, 적어도 그것이 오픈소스인 편이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