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디지털 사기의 판도
디지털 사기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에는 권력자나 유명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먼 나라의 부유한 왕자든, 대기업 CEO든, 사기꾼들은 마치 수많은 사람 중에서 특별히 당신을 골라 수백만 달러를 선물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갑자기 이메일을 보내올 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기꾼들의 전략도 진화했습니다. 이제는 피해자와 훨씬 가까운 존재, 즉 평소 거래하던 회사를 사칭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최근 필자의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상당히 그럴듯했지만, 사기꾼이 결정적으로 어긋난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통신사 O2를 사칭했다는 점입니다. 필자는 한때 O2 고객이었지만, 이미 오래전에 다른 통신사로 옮긴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자는 사기꾼이 충분한 사전 조사를 거쳤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한때 O2와 거래가 있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번 공격 사례를 분석해보면, 사기꾼이 어떤 통신사를 사용했는지 어떻게 파악했는지 흥미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기꾼은 어떻게 통신사 정보를 알아냈을까?
그렇다면 사기꾼은 어떻게 필자가 O2 네트워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냈을까요? 놀랍게도 전화번호에 처음 할당된 통신사를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특정 번호가 어느 통신사에서 발급되었는지 확인해주는 웹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이트는 '어떤 통신사가 어떤 번호를 할당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이, 필자의 전화번호를 조회하면 "Telefonica UK Limited(텔레포니카 UK)"가 번호를 부여했다고 표시됩니다. 이 회사명을 검색하면 O2가 바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조회 도구들이 번호를 '할당한' 통신사 정보만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즉, 처음 번호를 부여한 통신사는 알 수 있지만, 현재 그 번호가 어떤 통신사에서 사용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기꾼이 필자의 번호를 조회했을 때 보인 정보는 'O2가 처음 이 번호를 할당했다'는 사실뿐이었을 것입니다. 위 스크린샷에 할당 날짜가 2000년으로 표시된 것으로 미루어, 이 번호가 필자의 첫 휴대폰 번호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기꾼이 확보한 정보를 활용한 방식
첫 번째 스크린샷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기꾼은 이 정보를 이용해 가짜 통신사 문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연체 금액이 있다'며 지금 즉시 납부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협박한 것이죠.
문자 속 링크는 실제로 O2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재현한 그럴듯한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되었습니다. 만약 필자가 이 페이지에 실제 로그인 정보를 입력했다면, 그 정보는 그대로 사기꾼에게 넘어갔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격을 '피싱(phishing)'이라고 부르며, 사기꾼이 사용자를 속여 로그인 정보를 스스로 넘기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수법입니다.
이런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
과거에 통신사를 변경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공격을 비교적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통 이후 줄곧 같은 통신사를 이용해온 사람에게는 이런 문자가 매우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자로 받은 링크는 반드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과감하게 무시하세요. 혹시 진짜일 가능성이 걱정된다면,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평소 사용하던 방식으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통신사 사칭 사기, 방심은 금물
휴대폰 번호를 개통한 뒤 한 번도 통신사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매우 설득력 있는 사기 문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기꾼은 여러분의 통신사 정보를 조회한 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교한 피싱 링크를 만들어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경계심을 유지한다면 이런 악질 공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최신 인터넷 사기 유형들을 미리 숙지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혹시 자신의 통신사를 사칭한 피싱 공격을 경험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래 댓글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