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브라우징 모드는 브라우저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크롬에서는 '시크릿 모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InPrivate 브라우징'이라고 하죠. 어떤 이들은 이 기능을 '포르노 모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개인 브라우징 모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실용적인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항공권이나 쇼핑 사이트가 나에게만 비싼 가격을 보여주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살펴볼까요?
개념부터 간단히 짚고 가겠습니다. 개인 브라우징 모드는 방문한 사이트 목록이나 흔적을 기억하는 쿠키를 저장하지 않은 채 웹을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시크릿 창은 일반 브라우징 세션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브라우저에서 구글에 로그인한 상태라도, 시크릿 창을 열면 그곳에서는 구글에 로그인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1. 가격 차별 여부 확인하기
일부 웹사이트는 방문자마다 다른 가격을 보여줍니다. 특히 항공권 예약 사이트가 대표적인데, 티켓을 검색하는 동안 남긴 흔적을 쿠키로 저장해 두었다가 검색을 반복할수록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아마존 역시 신규 사용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기존 계정 사용자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보여준 적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시크릿 창을 열어 같은 항공권이나 상품 가격을 확인해 보세요. 의외로 더 저렴한 가격이 표시되는 걸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2.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서 내 계정에 로그인하기
친구의 컴퓨터나 PC방 같은 공용 컴퓨터에서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죠. 이럴 때 일반 브라우저 대신 시크릿 창을 열어 로그인하면 편리합니다. 시크릿 창을 닫는 순간 접속했던 모든 사이트에서 자동으로 로그아웃되기 때문에, 로그아웃을 깜빡해서 내 계정이 남의 컴퓨터에 노출되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친구 컴퓨터에서 내 메일을 확인하더라도, 친구는 자신의 일반 브라우저에 로그인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굳이 친구 계정을 로그아웃시킬 필요가 없는 거죠.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키로거나 악성코드는 시크릿 모드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어쩔 수 없이 입력해야 한다면, 최소한 시크릿 모드를 사용해 로그인 상태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컴퓨터에서도 이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시크릿 세션을 닫을 때마다 자동으로 로그아웃되길 원하는 계정이라면, 시크릿 창으로 접속하면 됩니다.
3. 같은 사이트에 두 번째 계정으로 로그인하기
지메일 계정을 두 개 이상 쓰고 있다면, 같은 브라우저에서 두 계정의 받은편지함을 동시에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크릿 창을 열어 두 번째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크릿 세션은 별도의 쿠키를 사용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로그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덕분에 화면 하나에 지메일 받은편지함 두 개를 나란히 띄워놓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파이어폭스나 크롬에는 여러 사용자 프로필을 전환하는 기능도 있지만, 시크릿 모드는 별도 설정 없이 즉시 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4. 방문 기록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을 때
이것이야말로 개인 브라우징 모드의 본래 목적입니다. 방문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은 사이트가 있을 때 유용하죠. 친구의 컴퓨터를 빌려 쓰는데 내 검색 기록이 남는 게 신경 쓰이거나, 민감하거나 당황스러운 주제를 검색해야 할 때가 그 예입니다.
시크릿 모드에서는 방문한 페이지가 기록에 저장되지 않으므로, 주소창 자동완성에 떠서 다른 사람 눈에 띄는 일도 없습니다.
5. 깜짝 선물을 몰래 쇼핑하기
가족이나 연인과 컴퓨터를 함께 쓴다면,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들킬 염려가 있습니다. 이럴 때 시크릿 모드로 쇼핑하면 브라우저 기록에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문제는 브라우저 기록만이 아닙니다. 아마존 같은 쇼핑 사이트는 평소 내가 본 상품을 기억하고 추천에 활용하죠. 공용 컴퓨터에서 선물을 고르면, 다음에 컴퓨터를 쓰는 그 사람이 아마존에 접속했을 때 자신에게 줄 선물 후보를 그대로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시크릿 모드를 쓰면 아마존이 그 상품들을 내 계정과 연결해 기억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단, 시크릿 세션 안에서 아마존에 로그인하면 이 효과가 사라집니다.
6. 내 프로필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기
내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프로필이 외부인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한 적 있나요? 로그아웃했다가 확인하고 다시 로그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롭습니다. 시크릿 창을 열어 내 프로필 페이지에 접속하면, 로그인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일반 대중에게 보이는 화면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7. 쿠폰 여러 장 인쇄하기
일부 쿠폰 사이트는 한 사람당 쿠폰 한 장만 인쇄할 수 있게 제한합니다. 쿠폰을 이미 출력했다는 사실을 쿠키로 기억하기 때문이죠. 이럴 때 시크릿 창을 열고 해당 사이트에 다시 접속하면 쿠폰을 추가로 인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쿠폰 다운로드가 계정에 연동되어 있거나 IP 주소 기준으로 제한된다면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8. 필터 버블에서 잠시 벗어나기
구글은 과거 검색 기록과 구글+ 서클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개인화합니다. 맞춤화되지 않은 '순수한' 검색 결과를 보고 싶다면 시크릿 창에서 구글 검색을 해보세요. 'Search plus Your World' 같은 개인 맞춤 요소 없이 결과가 표시됩니다.
이 방법은 콘텐츠를 개인 취향에 맞춰 보여주는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작동합니다.
9. 페이지 조회 제한 우회하기
뉴욕타임스처럼 구독 전까지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 횟수를 제한하는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딱 한 편만 더 읽고 싶다면 시크릿 모드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보세요. 시크릿 세션은 별도의 쿠키를 사용하므로 조회 제한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개인 브라우징 모드는 포르노 전용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오늘 소개한 것들은 그중 일부 예시일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시크릿 모드는 이름과 달리 철저히 '비공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나 네트워크 관리자, 방문한 사이트 자체는 여전히 활동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시크릿 모드의 한계와 추적될 수 있는 경로도 함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