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Siri의 등장부터 오늘날의 Alexa와 Google Home까지, 가상 어시스턴트는 지난 10년간 가장 큰 기술 발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놀랍도록 편리한 기능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개인 데이터의 양은 많은 사용자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구글 나우(현재의 구글 피드)에 대응하기 위해 애플은 iOS 9에서 '프로액티브 Siri(Proactive Siri)'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업데이트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잠재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이러한 기능과 애플의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구글의 예측형 어시스턴트 접근 방식
애플의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가 무엇이 특별한지 이해하려면, 먼저 구글의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은 2012년 구글 나우(Google Now)를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용 구글 앱에 내장된 이 기능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예측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2015년 이후 구글은 '구글 나우'라는 이름을 단계적으로 없앴지만, 동일한 기능은 여전히 구글 앱 안에 남아 있으며 공식 명칭 없이 흔히 '구글 피드(Google Feed)'라고 불립니다.
이 기능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다가오는 항공편이 있다면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구글이 해당 정보를 미리 알려줍니다. 또한 좋아하는 스포츠 팀 소식, 실시간 뉴스 트렌드, 자주 가는 목적지까지의 교통 상황, 주변 명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구글은 이 모든 정보를 어딘가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구글은 각종 서비스와의 모든 상호작용을 활용해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합니다. 택배 수령 알림, 항공편 일정, 여행 계획은 Gmail과 캘린더 데이터를 스캔해서 얻고, 구글 검색과 유튜브 이용 기록 역시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하는 데 활용됩니다.
결국 구글 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피드에 표시되는 콘텐츠의 정확도와 관련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애플의 예측형 어시스턴트 접근 방식
2015년에 도입된 프로액티브 Siri는 구글 피드에 대한 애플의 대답입니다. 하지만 구글 피드와 달리 하나의 앱에 기능을 모아두지 않습니다. 대신 iOS 전반 곳곳에 사용자의 폰 사용 패턴을 예측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는 섬세한 기능들을 배치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어폰을 연결하면 앱 전환기에서 음악(Music) 앱 실행 제안이 나타납니다. 폰은 이어폰을 꽂았으니 무언가를 들으려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면 폰이 이메일을 스캔해 그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능의 상당 부분은 앱 추천 형태로 제공됩니다. 홈 화면에서 아래로 당겨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열거나, 홈 화면 맨 왼쪽의 위젯(Widgets) 페이지로 넘기면 'Siri 앱 제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폰을 사용하면서 iOS는 특정 시간대에 어떤 앱을 열 가능성이 높은지 학습합니다. 매일 밤 오디블(Audible)을 열어 오디오북 한 챕터를 듣고 잠드는 습관이 있다면, 굳이 앱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위젯 페이지로 넘어가기만 하면 그 앱이 이미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에게 맞는 위젯이 보이지 않는다면 아래로 스크롤한 뒤 편집(Edit) 버튼을 눌러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기본 위젯 중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고, 새로운 위젯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표준 옵션 외에도 일부 서드파티 앱은 자체 위젯을 이곳에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 페이지 곳곳에서 Siri의 능동적인 작업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News)는 내 지역의 화제성 있는 기사를 보여주고, 미리 알림(Reminders)은 다가올 일정을 짚어주며, 지도(Maps)의 다양한 기능은 근처의 유용한 장소를 찾아줍니다.
구글의 기능들과 마찬가지로 프로액티브 Sir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단순히 폰을 계속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할수록 더 유용한 예측을 제공하게 됩니다.
프로액티브 Siri vs 구글 피드: 결정적인 차이점
애플의 프로액티브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모든 처리가 기기 안에서 이루어지고 기기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구글 계정과 달리 프로액티브 Siri의 데이터는 Apple ID와 연동되지 않으며, 애플이 수집하지도 않습니다.
애플에는 구글처럼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기능을 발표할 때도 애플 경영진은 "우리는 솔직히 당신의 데이터를 알고 싶지 않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최신 iOS와 macOS에서는 iCloud를 통해 Siri 데이터를 여러 기기 간에 동기화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로 처리됩니다. 덕분에 새 기기를 살 때마다 Siri가 처음부터 다시 학습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애플은 그 데이터를 읽을 수 없습니다.
프로액티브 Siri는 성능이 떨어질까?
애플의 프로액티브 기능이 구글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구글은 Gmail, 검색 기록, 유튜브, 캘린더 등 더 많은 정보원을 활용할 수 있고, 구글 지도라는 풍부한 데이터 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구글 피드에서는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프로액티브 Siri는 여전히 훌륭한 도구입니다. 찾기도 전에 자주 쓰는 앱을 미리 추천받는 경험은 상당히 만족스럽고, Siri는 기기 내부의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일을 해냅니다. 구글 피드가 더 많은 원시 정보를 준다면, 프로액티브 Siri는 기기를 더 매끄럽게 사용하도록 돕는 데 있어서는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애플의 사용자 프라이버시 입장
대부분의 기술 기업과 달리 애플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주 수익원은 광고이므로, 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로 프로필을 구축하고 더 관련성 높은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강력한 유인입니다. 반면 애플은 제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할 동기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수많은 사용자의 반발을 사고 회사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실제로 FBI 잠금 해제 요구 사건에서 애플은 정부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 보호 의지를 증명했습니다. 데이터를 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페이지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애플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글이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싫다면, 프로액티브 Siri는 가상 어시스턴트를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과도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사이의 훌륭한 타협점을 제공합니다. 구글 피드만큼 많은 기능을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모든 데이터가 내 기기에만 저장되고 다른 계정과 동기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최고의 예측형 어시스턴트
지금까지 구글과 애플의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 접근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살펴봤습니다. 구글은 더 많은 정보와 더 넓은 데이터 풀을 활용하는 반면, 애플은 앱 추천 등 실용적인 제안에 집중하되 오직 기기 내부의 정보만 사용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두 기능 모두 사용할수록 더 똑똑해지며,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비활성화할 수도 있습니다. 더 깊은 비교가 궁금하다면 Siri와 Google Assistant의 성능 차이를 다룬 글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