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랜 크롬 사용자다. 좋든 싫든 크롬과 수많은 스크립트 차단·프라이버시 확장 프로그램을 함께 써왔다. 다행히 필자의 PC에는 넉넉한 RAM이 있어 크롬을 문제없이 돌릴 수 있고, 속도와 보안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환경은 아니다. 세상의 온갖 상식 중에서도 '크롬은 메모리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RAM 이야기는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사람들이 느린 브라우저를 불평할 때, 사실 진짜 의미는 "내 브라우저가 내 장비에는 과도하게 메모리를 소모한다"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각 브라우저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메모리를 쓰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인위적인 벤치마크가 아니라, 실제로 컴퓨터 앞에서 오후를 보내는 듯한 부하 조건에서 말이다. 여섯 개 브라우저, 열 개 사이트, 한 대의 인텔 노트북, 모든 테스트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어떤 브라우저를 써야 하는지 알아봤다.
브라우저 메모리 테스트 방법과 사용한 하드웨어
표준화된 테스트 절차
이전 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클린 설치한 Windows 11 위에서 각 브라우저를 새로 설치해 테스트했다. 사용한 장비는 인텔 코어 울트라 7 258V와 32GB RAM을 탑재한 ASUS 젠북 S14(2024)다.
크롬, 엣지, 파이어폭스, 브레이브에 더해 오페라와 비발디까지 포함해 윈도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라우저를 빠짐없이 테스트했다. 물론 Arc 같은 브라우저도 있고 Reddit에서 1위로 꼽힌 Zen Browser도 있지만, 실제 사용자 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소수다.
또한 같은 열 개 웹사이트를 항상 같은 순서로 불러오고, 각 사이트가 로드되어 안정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RAM 사용량을 측정했다.
측정 대상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영상을 재생 중인 YouTube, 위성 보기로 도시를 확대한 Google Maps, Gmail, Reddit, BBC News, 문서를 연 상태의 Google Docs, 라이브 스트리밍 중인 Twitch, Amazon, Facebook, Canva. 이 사이트들은 무작위로 고른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가 실제로 렌더링하는 작업의 전 범주—영상, 지도, 무거운 JavaScript 앱, 소셜 피드, 캔버스 기반 창작 도구—를 고루 담고 있다.
각 브라우저마다 두 가지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는 탭을 열기 전의 기준 사용량(baseline), 다른 하나는 열 개 사이트를 모두 로드하고 2분간 안정화한 뒤의 총 RAM 사용량이다.
열 개 사이트에서 가장 적은 RAM을 쓴 브라우저
최종 우승자는 브레이브(Brave)였다. 사실 크게 놀랍지 않은 결과인데, 브레이브가 왜 메모리 효율 순위에서 늘 상위권인지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브레이브가 브라우저 테스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높은 순서대로 살펴보자.
Microsoft Edge — 총 3.5GB, 기본 사용량 500MB
엣지는 테스트된 브라우저 중 가장 무거웠으며, 총 사용량과 기본값 사이 격차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탭을 하나도 열기 전에 이미 500MB를 쓰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본으로 켜두는 모든 기능—Copilot 사이드바, 쇼핑 어시스턴트, 컬렉션, 윈도우 부팅 시 미리 로드하는 시작 부스트—의 대가다. 사용자가 요청한 기능이 아니어도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고 있다.
엣지가 나쁜 브라우저라는 뜻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며 주력 브라우저로 삼지만, 필자에게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시절의 잔상 때문인지 끝내 익숙해지지 못했다.
성능 벤치마크에서 엣지는 충분히 경쟁력 있고,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에 있다면 Copilot 통합도 유용하다. 하지만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메모리에 상주하는 기능들에 대한 RAM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셈이다. 사이드바 도구에서 실질적 가치를 얻지 못한다면 그 오버헤드는 순수한 비용일 뿐이다.
OS: Windows, Android, iOS · 개발사: Microsoft
Firefox — 총 3.4GB, 기본 사용량 650MB
파이어폭스의 결과는 의외였다. 저사양 기기에 친화적이라는 평판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대부분의 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AI 기능 강제 통합 문제도 안고 있다.
실제로 테스트된 브라우저 중 가장 높은 기본 사용량—탭을 열기 전 650MB—을 기록했는데, 이는 Gecko가 Chromium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다. 파이어폭스는 탭 격리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 대부분의 사용자가 인식하는 것보다 많은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생성하며, 원격 측정, 크래시 리포팅 등 각종 통합 기능이 유휴 상태의 오버헤드에 더해진다.
그럼에도 파이어폭스의 장점은 많다. 구글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긴 해도, 독립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몇 안 되는 주요 브라우저 중 하나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Chromium 외의 선택지가 하나라도 존재하는 것은 웹 생태계에 매우 중요하므로, 이번 테스트 성적이 좋지 않았더라도 파이어폭스를 계속 지지해 줄 가치가 있다.
OS: Windows, macOS, Linux, Android, iOS · 가격: 무료 · 개발사: Mozilla
Vivaldi — 총 3.0GB, 기본 사용량 425MB
비발디는 파워 유저용 브라우저를 자처하며, 기능 면에서는 그 약속을 지킨다. 탭 스태킹, 내장 메일 클라이언트, 고도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인터페이스까지. 인텔 머신에서의 RAM 비용도 그 대가다. 동일한 Chromium 엔진 위에서 돌아감에도 열 개 탭 부하에서 3GB를 기록해, 크롬보다는 엣지·파이어폭스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성능 격차는 결국 Chromium 위에 얹힌 비발디의 커스텀 UI 레이어 탓으로 보이며, 숫자만 봐도 그 차이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비발디는 훌륭한 브라우저이며, 최고의 크롬 대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S: Windows, Android, iOS · 개발사: Vivaldi Technologies
Chrome — 총 2.7GB, 기본 사용량 400MB
크롬은 모든 비교의 기준점이며, "크롬은 나쁘다"는 통념과 달리 최악의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낮은 기본 사용량을 기록했고, 총 사용량 역시 충분히 경쟁력 있었다.
크롬은 생각보다 효율적이다. V8 엔진에 수많은 최적화가 적용됐고, 메모리를 많이 쓰는 사이드바나 강제 AI 통합 없이 배포되기 때문이다.
다만 크롬이 쉽게 피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면 바로 프라이버시다.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OS: Windows, macOS, Linux, Android, iOS/iPadOS, ChromeOS · 개발사: Google LLC
Brave — 총 2.2GB, 기본 사용량 300MB
마침내 우승자, 브레이브다. 이 목록의 다른 모든 브라우저는 페이지가 보내는 모든 것—광고, 트래커, 서드파티 스크립트, 전체 페이로드—을 그대로 렌더링한다. 반면 브레이브는 렌더러에 도달하기 전 네트워크 수준에서 그 대부분을 차단한다. 네트워크 요청이 줄고, DOM 복잡도가 낮아지며, 탭당 메모리에 유지되는 리소스도 감소한다. 탭을 더 열수록 그 차이는 누적된다.
물론 브레이브도 Chromium 기반 브라우저지만, 그럼에도 크롬을 능가했으며 자원이 제한적인 머신에서 특히 좋은 선택이 된다.
OS: Windows, macOS, Linux, Android, iOS · 가격: 무료 · 개발사: Brave Software
현대 하드웨어에서는 브라우저 메모리 소비가 덜 중요하다
그래도 효율적인 브라우징은 원하는 법
16GB RAM을 가진 머신이라면 일반적인 브라우징에서 브레이브와 엣지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현대 운영체제는 공격적으로 메모리를 관리하며, 여유가 충분하다면 2.2GB와 3.5GB의 격차는 사실상 사라진다.
차이가 실감되는 곳은 제한된 하드웨어다. 8GB 이하 RAM의 머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라우저와 함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메모리가 바닥나 시스템 전체가 느려질 수 있다.
필자는 시스템 자원이 여유로워 브라우저를 일종의 할 일 목록처럼 쓰지만, Chrome Memory Saver나 Auto Tab Discard 같은 도구로 메모리를 관리하더라도 그것이 최적의 사용 방식은 아니다.
결론은 명확하다. 브레이브가 테스트된 브라우저 중 가장 RAM 효율이 높았고, 그 격차는 총 사용량과 유휴 상태 기본값 모두에서 일관되게 유지됐다. 갈아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