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야 달력은 세상이 2012년에 끝난다고 예언했고, 그해 9월 애플 지도(Apple Maps)가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말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소동이 가라앉고 세상이 멸망하지 않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잊어버렸습니다.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곳은 바로 애플 자신이었습니다. 애플은 조용히 처음부터 자체 풀스택(full-stack) 지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이미 시범 운영 중인 새로운 지도는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 지도에는 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나?

애플 지도는 시간적 압박만 없었다면 충분히 괜찮은 서비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이 애플에게 턴바이턴(turn-by-turn) 길 안내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애플이 구글에게 사용자 데이터를 넘겨줄 것인지를 두고 양사 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어느 쪽도 아이폰의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구글 지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애플은 극도로 짧은 시간 안에 자체 지도 앱을 만들어야 했고, TomTom과 OpenStreetMap 등 여러 업체로부터 지도 데이터를 가져와 급조하는 방식으로 출시에 돌입했습니다.
이렇게 뒤섞인 데이터는 부정확한 지명, 대중교통 정보 미지원, 심지어 완전히 잘못된 위치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앱에 잘못 안내받은 사용자들의 사연이 언론을 장식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위 사진처럼 'Airfield(비행장)'라는 이름의 아일랜드 마을이 실제 비행장으로 표시되는 황당한 오류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워낙 커져서 애플의 팀 쿡(Tim Cook) CEO가 공개 사과를 해야 했고, 여러 핵심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애플이 준비한 해결책
최근 몇 년간 애플 지도를 꾸준히 살펴본 아이폰 사용자라면 서비스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초기 버그 대부분은 빠르게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구글 지도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계획 중인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격차가 상당히 좁혀질 전망입니다. 애플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다물어 왔지만, 2018년 6월 말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매튜 판자리노(Matthew Panzarino) 기자에게 내부 세부 사항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이번에는 데이터를 직접 확보합니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은 위성 영상과 구글 스트리트 뷰 팀을 연상시키는 특수 차량을 활용해 전 세계, 특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직접 매핑해 왔습니다. 더 이상 제3자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애플이 모든 데이터를 소유합니다. 이는 품질 관리뿐 아니라 업데이트 속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3자 지도 공급업체가 새 도로를 추가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애플이 그 역할을 직접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10억 대의 아이폰을 활용합니다.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내장한 상태에서, 사용자의 이동 경로에서 익명화된 데이터를 수집해 경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점과 업데이트 필요 사항을 파악합니다. 물론 사용자가 추적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이동의 시작점과 도착점은 기기에만 저장되며, 애플과 공유되는 것은 익명화된 위치·방향·속도 정보 조각뿐입니다.

셋째, 3D로 진화합니다. 기존의 플라이오버(flyover) 기능을 넘어, 구글의 초정밀 3D 건물 모델과 유사한 수준의 입체 지도를 구현합니다. 구글의 3D 모델은 위성 영상에서 옥상 에어컨 실외기 같은 디테일까지 추출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합니다. 이런 3D 지도는 도시 한 블록 단위로 길을 찾거나, 언어보다 형태를 인식하는 것이 더 쉬운 국가에서 길을 찾을 때 특히 유용합니다.

넷째, 차량 수집 데이터와 3D 데이터, 그리고 사람의 검수를 결합합니다.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세밀한 정보를 담아내 건물 출입구나 상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나무와 숲, 공원, 스포츠 시설, 수역(수영장까지도)이 지도에 반영되어 시각적 길찾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다섯째, 비주얼 전면 개편입니다. 애플은 앱에서 보이는 표지판과 마커가 실제 모습과 최대한 동일하게 보이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표지판의 텍스트가 실제와 같은 순서로 배치되도록 하는 것부터, 뉴욕 지하철 안내에 헬베티카(Helvetica) 폰트를 사용하는 것 같은 섬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출시 일정은 언제?

현재 새로운 지도를 이용하려면 ① iOS 12 후반부 베타를 설치하고 ②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해야 합니다. 현재 서비스되는 지역이 샌프란시스코뿐이기 때문입니다. 올가을 iOS 12가 정식 출시되면 북부 캘리포니아 전역이 커버될 예정이며, 애플은 전 세계에 매핑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의 대형 실패를 겪은 만큼, 애플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가?
풀스택 지도를 보유한 기업 수를 25% 늘린다는 점(현재는 구글, TomTom, Here, OpenStreetMap만이 처음부터 구축한 세계 지도를 보유) 외에도, 애플 지도는 세계 2위 지도 소프트웨어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물론 완성된 제품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 '구글 지도 킬러'라고 부르기에는 성급하지만, 기대에 부응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또한 애플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위해 지도를 최적화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수많은 지도 사용자들을 위해 안드로이드 앱과 웹 버전도 함께 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대한 리뷰와 활발한 사용자 기여로 무장한 구글의 네트워크 효과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애플이 광고나 사용자 추적에 소극적인 점을 고려하면, 애플 지도는 애플 생태계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012년의 참담했던 첫 출시와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인 셈입니다. 어느 쪽이든, 고품질 디지털 지도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분명 좋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