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국인입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처럼 때때로 우리나라와 정부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특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두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죠?!"라며 좁고 위선적인 태도를 보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윤잡지를 한 장 넘기거나 TV만 틀어도 알몸에 가까운 신체와 폭력적인 액션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이웃 집 쓰레기통에서 성인 잡지를 주워 몰래 학교로 가져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어느 나라든 하나의 통과 의례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수준에 필터를 설치해 민감한 영국 청소년들을 검열하고 보호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기발한 계획의 배후에는 '교황 데이비드 캐머런 1세'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대한 실수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Alexa가 선정한 인기 상위 10만 개 웹사이트 중 무려 1만9천 개가 최소 한 곳 이상의 영국 ISP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고 합니다. 차단을 해제하려면 사이트 소유자가 해당 ISP에 직접 연락해 탄원해야만 합니다.
차단 필터의 실태
필터는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차단을 원하지 않으면 직접 ISP에 전화를 걸어 해제해야 합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차단 대상 주제에는 데이팅, 마약, 술과 담배, 파일 공유, 도박, 게임, 포르노그래피, 누드, 소셜 네트워킹, 자살 및 자해, 무기와 폭력, 외설물, 범죄 기술, 혐오 콘텐츠, 미디어 스트리밍, 고어(전 미국 부통령 고어가 아니라요), 사이버 불링, 해킹, 그리고 검열 우회 도구까지 포함됩니다. 이렇게나 다 막아버리면 온라인에 남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요?!
유럽 의회는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지하며 영국의 필터 제도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이 판결을 무시하고 추진을 강행했습니다.
2014년 신문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포르노 필터'를 원하는 영국 인터넷 사용자는 1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해제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필터링 제도 전체를 이해해야 하고(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예컨대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도 많습니다), 자신이 해제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선택권이 없다고 잘못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매우 어린 아이들(10세 미만 정도)에게 이런 주제를 보여줘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적절한 맥락 속에서 적당히 이러한 주제를 접하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어야 합니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무엇이 금기이고 무엇이 아닌지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보모가 아니며, 빅 브라더처럼 행동해서도 안 됩니다.
심각한 문제점
사업용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그 사이트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면, ISP 필터에 부당하게 차단되는 것은 재앙입니다. 잠재 고객은 당신을 찾을 수 없고, 누군가 지적해주기 전까지는 사이트가 차단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매출을 놓친 걸까요? 온라인 스토어에 아무 반응이 없는 이유를 컴퓨터 앞에서 얼마나 오래 고민하게 될까요?
웹사이트에 크게 의존해 후원금을 모으는 자선단체의 처지도 생각해보세요. 유방암 연구를 위한 모금 활동을 하는 단체라면 어떨까요? "유방(breast)"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사이트가 포르노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올라갈까요? 자살을 다루는 우울증 자선 단체 웹사이트는요? 이 시스템이 얼마나 결함 투성이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영국 전통 푸딩 '스팟티드 딕(Spotted Dick)'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레시피 사이트를 상상해보세요. 아이고, 세상에나.
이른바 '사상경찰'의 그물망에 걸린 유명 블로그 중 하나가 영국 정치 블로그 '가이도 포크스(Guido Fawkes)'입니다. 이 블로그는 2007년 영국 신문에서 "영국 최고 수준의 정치 블로그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사이트 운영자 폴 스테인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TalkTalk가 차단 목록에서 우리를 삭제해 준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를 차단하는 곳은 TalkTalk와 중국 정부뿐입니다."
그 밖의 피해자로는 시계공예가, 여성 및 LGBT 권리 단체, 심지어 Gawker Media의 제저벨(Jezebel)도 있었습니다.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물론 블랙리스트에 있어야 마땅한 사이트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이트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해결책은 있을까?
'오픈 라이츠 그룹(Open Rights Group)'이라는 단체가 두 개의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정부 부서를 패러디한 것으로, 필터링 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보여줍니다. 이름하여 '더 파트먼트 오브 더티(The Department of Dirty)', 즉 '외설부'입니다. 정말 그런 부서가 있다면 좋겠네요. 뉴스 진행자가 "이제 외설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려면 돈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블록드(Blocked)'라는 웹 도구로, 특정 도메인이 차단되었는지 확인해줍니다. 따라서 도메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웹사이트, 블로그, 온라인 스토어가 세계 어디에 위치해 있든 상관없이 Blocked를 통해 영국 방문자에게 차단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차단되었다면 오픈 라이츠 그룹이 각 영국 ISP에 연락해 블랙리스트에서 도메인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화면 하단에서 확인하고 싶은 도메인을 입력하면 됩니다. 저는 MakeUseOf의 도메인을 입력해봤습니다. 과연 이 사이트가 어떤 사악하고 음란한 것들을 뿌리고 있는지 볼까요?
축하합니다! MakeUseOf는 공식적으로 그 어떤 사악한 것도 없는 깨끗한 사이트입니다. 우리는 가족 친화적(FAMILY FRIENDLY) 사이트입니다!
하지만 만약 경고 표시가 나타난다면, MakeUseOf의 운영진처럼 해당 페이지로 이동해 각 ISP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관련 회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재검토를 요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페이지에는 모바일 통신사 연락처도 함께 제공되는데, 이들 네트워크에서 차단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끄러운 비탈길
우리 영국인은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거리를 찾아 즐겁게 웃어넘기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설부' 같은 패러디가 탄생한 것이죠. 형편없는 일을 웃으며 말하면 갑자기 견딜 만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을 '몬티 파이튼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요청하면 필터를 끌 수 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필터가 켜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겁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이 제도가 온라인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취약한 청소년을 지켜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어떤 사이트가 좋고 나쁜지 당신 대신 판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판단은 부모의 몫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그리고 Blocked 사이트에서 내 도메인이 차단되었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 차단되어 있었다면, 해제하는 데 성공하셨나요? 스팟티드 딕에 대해 지적당하지는 않으셨나요?
이미지 출처: Marcos Mesa, Sam Wordley / Shutter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