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옥시리보핵산, 흔히 DNA라고 불리는 이 분자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물질로, 우리 각자만의 고유한 유전 코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생물학 주제인 DNA가 기술 웹사이트에서 다뤄지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머지않아 생물학과 기술은 하나로 융합될 전망입니다. 사실 이미 융합은 진행 중입니다. 바이오 기술, 유전공학, 미생물학 등이 그 예죠. 지금까지는 기술이 생물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활용되어 왔지만, 다가올 시대에는 오히려 생물학이 기술의 생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네, 잘못 읽으신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만들어냅니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보관해왔습니다. 일기, 장부, 참고 자료, 인용구, 이야기까지 무엇이든 남겼죠.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할 때마다 글로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축적 덕분에 인류는 타인의 실수와 성취,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고, 그렇게 오늘날의 문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감당해야 할 데이터, 그 방대함

구글. 우리는 찾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구글에 검색합니다. 그런데 검색할 때마다 생성되는 데이터가 모두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구글에서는 초당 약 4만 건의 검색이 이루어지며, 하루 기준 35억 건 이상, 1년이면 약 1조 2천억 건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하는 중입니다. 흥미롭게도 전체 검색어의 20%는 한 번 검색되면 다시는 검색되지 않는 새로운 쿼리입니다. 또한 구글 검색 하나에는 1,000개가 넘는 컴퓨터 시스템이 동원되어 데이터를 조회하며, 해당 데이터는 평균적으로 최소 2,400km를 데이터 센터와 왕복한 후에야 사용자에게 도달합니다. 즉, 매초 사용자 1명당 약 1.7MB의 데이터가 생성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사용자, 검색 쿼리, 하루의 모든 순간을 곱해보세요.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간입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공간만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지·관리할 자원 역시 필수적입니다.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저장 수단은 자기·전자식 저장 장치지만, 이 역시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관할 자원과 공간이 고갈될 위기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조만간 생물학이 기술을 구하기 위해 등장할 시점이 올 것입니다. 사실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자와 연구자들, 그리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DNA 디지털 데이터 스토리지(DNA Digital Data Storage)'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기존에 자기·전자식 드라이브에 저장하던 대량의 데이터를 DNA 가닥 위에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우리의 DNA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라는 염기들이 긴 사슬을 이룬 뉴클레오타이드 구조로 되어 있는데, 바로 이 사슬을 데이터 저장 매체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원래 우리 몸의 정보와 생물학적 특성이 이 DNA 사슬에 기록되듯이, 과학자들은 효율적인 저장 기술 개발을 위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인 저장 장치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은 생각보다 취약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손실되기 쉽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의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DNA 데이터 스토리지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최근 약 5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말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그 유전체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DNA 속 데이터가 수십만 년에 걸쳐 보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연구자들이 DNA 저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안정성만이 아닙니다. 진짜 백미는 바로 압도적인 저장 용량입니다.

대장균(E.coli)처럼 흔한 세균 하나만으로도 입방센티미터당 1019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수행한 밀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저장 밀도를 활용하면 1년 동안 인류가 생성하는 모든 데이터를 한 변이 1미터인 DNA 큐브 하나에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놀라운 저장 능력과 수천 년간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 덕분에 DNA 저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하버드에서 활용 중인 핵심 기술은 CRISPR DNA 편집 기술입니다. 2017년에는 사람 손의 이미지를 대장균에 저장했다가 최대 90%의 정확도로 복원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 기술의 조기 실현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차례의 돌파구가 마련되었지만,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비용 효율성 확보를 위한 경쟁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소중한 데이터가 DNA 속에 영원히 보관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