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린터넷: 하나로 연결된 인터넷이 갈라질 위기
세계는 사물인터넷(IoT)과 만물인터넷(IoE)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스플린터넷(Splinternet)'은 다소 불편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플린터넷은 비교적 새로운 용어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스플린터넷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기 전에는 '인터넷 발칸화(Balkanization of the Internet)' 또는 '사이버 발칸화(Cyber Balkanization)'와 같은 대체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스콧 맬컴슨(Scott Malcomson)은 지정학과 상업적 이해관계가 월드와이드웹(WWW)을 어떻게 조각내고 있는지 설명하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플린터넷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인터넷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스플린터넷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의 본질적 속성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보편성입니다. 국경, 종교, 민족주의를 넘어 존재해 온 인터넷은 이제 조각으로 갈라져 그 보편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요컨대 스플린터넷은 지리적·상업적 경계에 따라 인터넷이 분열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10년 넘게 자국민의 인터넷 이용을 통제해 왔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는 중국 내에서 접속이 차단되어 있으며, 외부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도 엄격히 제한됩니다. 전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꼽히는 구글 역시 중국 자체 검색엔진인 바이두(Baidu)로 대체되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인터넷 발칸화를 주장한 목소리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13년 당시 브라질의 딜마 루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 허브를 거부하고, 각국이 손잡고 자율적인 인터넷 체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미국이 루세프 대통령의 개인 이메일과 전화를 감청하고 브라질 대사관까지 모니터링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감시 대상은 고위 관료에 그치지 않고 브라질 일반 시민들의 개인 데이터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인도네시아, 터키, 인도 등 여러 국가와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들도 브라질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많은 EU 국가들이 미국과의 데이터 공유 협정 폐기를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국가마다 모습이 달라지는, 더 이상 균일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스플린터넷은 전 세계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플린터넷의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직 논쟁거리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갈라지면 국가 간 경제 협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또한 인터넷의 핵심 가치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막혀 정보 장벽이 생기고, 소규모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같은 기술마저 접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스플린터넷은 사이버 공격과 사이버 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보편적 공간이기 때문에 해커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인터넷이 지역별로 분리되면 이러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월드와이드웹은 본래의 보편성을 잃고 지역과 국경에 따라 갈라진 인터넷으로 변해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새로운 법률과 표준을 마련하고, 필요할 때 인터넷상의 활동을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중립적인 중앙 관리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