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10은 부팅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운영체제입니다. 특히 기계식 하드디스크(HDD) 환경에서는 바탕화면이 나타나기까지 1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탕화면이 떴다고 끝이 아닙니다. 백그라운드에서 여러 서비스가 계속 로딩되기 때문에 모든 초기화가 완료될 때까지 시스템 전반이 느리게 동작하죠. 바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윈도우 8부터 '빠른 시작(Fast Startup)' 기능이 도입되었습니다.
빠른 시작(Fast Startup)이란?
컴퓨터가 부팅될 때는 실로 다양한 작업이 벌어집니다. 먼저 커널과 일부 드라이버가 메모리에 올려지고, 프로그램·라이브러리 등 각종 데이터가 디스크에서 읽혀 프로세서에 의해 실행되거나 처리됩니다. 성능 좋은 SSD에서는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 대략 10~20초면 바탕화면이 나타납니다. 이 정도 속도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빠른 시작이 활성화되면 부팅 시간을 5초 이내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일반적인 방식으로 부팅되곤 합니다.
빠른 시작의 원리를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인 부팅은 컴퓨터가 1+2+3+4를 직접 계산해 10이라는 결과를 얻는 과정입니다. 반면 빠른 시작은 종료 시점에 윈도우가 결과값인 10을 디스크에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부팅 때 이 값을 디스크에서 RAM으로 그대로 불러오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매번 처음부터 다시 계산할 필요 없이 훨씬 빠르게 부팅할 수 있는 것이죠.
빠른 시작이 실행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
확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부팅 중 화면 아래쪽에 점들이 원을 그리며 도는 애니메이션이 보인다면 일반 부팅입니다. 반대로 이 애니메이션이 전혀 보이지 않고 화면이 바로 넘어간다면 빠른 시작이 작동한 것입니다.
다음은 일반 부팅의 예시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빠른 시작이 작동한 경우의 예시입니다.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더라도 운영체제가 항상 빠른 시작을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일반 부팅이 진행됩니다.
- 전원을 끄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을 한 경우 — 빠른 시작은 컴퓨터를 종료한 직후의 부팅에서만 발생합니다.
- 윈도우 업데이트가 진행된 직후
- 드라이버를 설치하거나 제거한 직후
- 부팅 직후 곧바로 종료한 경우 — 윈도우가 백그라운드 데이터를 최소 1~2분 정도 불러올 시간을 가진 뒤 종료해야 빠른 시작이 정상적으로 준비됩니다. 이 글의 방법을 테스트할 때 꼭 기억하세요.
내 시스템에 빠른 시작이 적용되도록 하는 4가지 조건
환경에 따라 요구 조건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시스템에서는 아래 조건이 모두 갖춰지지 않아도 빠른 부팅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1. UEFI 부팅 환경이어야 합니다. 운영체제를 BIOS 모드로 설치했다면, 제공되는 절차에 따라 디스크를 변환해 UEFI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변환 후에는 UEFI 설정에서 BIOS(CSM/레거시) 부팅을 비활성화하고 UEFI 부팅을 활성화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2. 메인보드 제조사의 SATA/NVMe 전용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윈도우 기본 드라이버로는 부족합니다. 장치 관리자에 '표준 SATA AHCI 컨트롤러'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기본 드라이버를 사용 중이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런 상태에서는 SSD 성능도 크게 저하되는데, 실제 테스트에서 기본 드라이버 사용 시 순차 읽기 속도가 100~200MB/s에 그친 반면, 전용 드라이버 설치 후에는 최대 550MB/s까지 향상된 사례가 있습니다.

3. 전원 옵션에서 빠른 시작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예전에 어떤 이유로 비활성화했다면 설정을 확인하고 다시 켜두는 것이 좋습니다.
4. SSD나 NVMe 같은 고속 저장장치가 필요합니다. 하드디스크에서도 빠른 시작이 작동해 부팅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긴 하지만, 제목처럼 3초 만에 부팅되는 수준의 속도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빠른 시작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위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면 부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입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등 시스템에 장착된 하드웨어의 드라이버를 추가로 설치해 보세요. 제조사 웹사이트에서 드라이버를 찾기 어렵다면 자동 분석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생성해 주는 목록에는 제조사 이름별로 드라이버가 표시되는데, 자신의 브랜드용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제조사의 드라이버를 시도해 볼 만합니다. 브랜드가 달라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칩·칩셋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드라이버가 호환되기 때문입니다.
BIOS 모드로 윈도우를 설치했다면 BIOS(CSM) 부팅을 완전히 비활성화하고 UEFI 부팅만 활성화한 뒤,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UEFI 구현 자체에 버그가 있거나, 빠른 부팅과 호환되지 않는 하드웨어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타깝지만 이 경우에는 메인보드나 문제가 되는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운이 좋은 편에 속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