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가 완전히 부팅되기 전 단계에서 맬웨어, 공격, 각종 보안 위협으로부터 Windows PC를 보호하기 위해 보안 부팅(Secure Boot)을 활용합니다. 기본적으로 Windows PC에서는 보안 부팅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UEFI(통합 확장 펌웨어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가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지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UEFI란 쉽게 말해 PC의 하드웨어를 초기화하고 운영체제를 부팅하는 가장 기본적인 펌웨어입니다. Windows의 내장 보안 기능은 운영체제가 완전히 부팅된 이후에야 작동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UEFI를 잠가 두는 임무가 바로 보안 부팅에 주어져 있습니다.
10년 넘게 보안 부팅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2022년 말까지 공개적으로 우회된 사례는 없었고, 그 이전에는 보안 연구자들만 우회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뀐 계기는 BlackLotus 익스플로잇입니다. 2022년 10월, 보안 부팅 우회 기능을 갖춘 UEFI 부트킷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문제는 이 익스플로잇이 예상보다 훨씬 패치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BlackLotus 같은 우회 기법은 보안 부팅을 직접 해킹하는 대신, 알려진 취약점을 지닌 오래되었지만 신뢰받는 부트로더 버전을 활용합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명한 정식 부트로더이기 때문에 보안 부팅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취약점에 대한 보안 패치가 Windows PC에 기본적으로 배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리자 권한으로 PowerShell 명령어를 직접 실행해야 하며, 심각한 운영 리스크도 따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 사용자와 기업 모두 수동 패치 적용을 미루고 있고, 그 결과 수백만 대의 Windows PC가 여전히 보안 부팅 우회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보안 부팅은 더 이상 무적이 아니다
여러 차례 우회된 보안 부팅
10년 동안 실제로 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보안 부팅은 절대 뚫리지 않는 방어선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공격자들이 보안 부팅을 직접 깨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정식으로 서명된 합법적인 부트로더 중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을 포함한 버전을 찾아냅니다. 이른바 다운그레이드 공격은 Windows 부트 매니저를 공격자가 악용하려는 취약점이 존재하는 구버전으로 되돌립니다. 보안 부팅 시스템은 이 오래되었지만 취약한 부트 매니저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소프트웨어로 인식하기 때문에 로드를 허용해 버립니다.
일단 여기까지 성공하면 보안 부팅은 우회되고, 공격자는 서명되지 않은 드라이버나 맬웨어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보안 부팅 우회 수법인 BlackLotus가 바로 이 방식으로 수백만 대의 Windows 10 및 Windows 11 PC를 위협했습니다. BlackLotus는 배턴 드롭(Baton Drop)이라 불리는 취약점(CVE-2022-21894)을 이용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표현을 빌리면 소프트웨어 부팅의 가장 초기 단계부터 엔드포인트를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NSA 문서에서 설명하는 보안 부팅 우회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이 우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능합니다.
BlackLotus는 Linux 부팅 보안 체계를 깨는 대신 Windows 부팅을 표적으로 삼아, 구형 부트로더(부트 매니저)의 결함을 악용해 엔드포인트 보안을 무너뜨리는 일련의 악성 행위를 시작합니다. 배턴 드롭(CVE-2022-21894)을 악용하면 BlackLotus는 보안 부팅 정책을 제거하고 그 시행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Boot Hole과 달리, 취약한 부트로더는 보안 부팅 DBX 폐기 목록에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DBX에 해당 부트로더가 없기 때문에 공격자는 완전히 패치된 부트로더를 취약한 버전으로 교체해 BlackLotus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용어를 걷어내고 핵심만 말하자면, 취약한 부트로더가 보안 부팅 DBX 폐기 목록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이 치명적인 보안 결함을 지닌 구형 부트로더는 업데이트 이후에도 여전히 보안 부팅에 의해 신뢰받고 있습니다. 보안 부팅 DBX 폐기 목록은 한때 정식 서명되었지만 현재는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코드와 인증서를 차단하는 목록입니다.
이 목록은 원래 신뢰할 수 없는 UEFI 모듈의 로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배턴 드롭 익스플로잇에 사용된 모듈이나 인증서가 목록에 없기 때문에 여전히 실행될 수 있고, 보안 부팅도 여전히 우회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주어진 것은 불가능한 선택
침해된 키를 폐기하면 Windows PC가 작동 불능이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 것입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결함이 있는 부트로더들을 보안 부팅 DBX 폐기 목록에 추가하지 않는 걸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은 상당히 느렸고, 배턴 드롭이나 BlackLotus 같은 익스플로잇에 대한 자동 패치는 아직도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BlackLotus가 2022년 10월 시장에 등장한 후, 공식 보안 업데이트가 Windows 사용자에게 도달한 것은 2023년 5월이 되어서였습니다. 게다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 보안 업데이트 가이드에서 설명했듯이, 업데이트된 Windows 부트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며 수동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026년인 지금도 이 절차는 결코 쉽거나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2025년 7월 Windows 부트 매니저용으로 배포된 후속 보안 업데이트조차 CVE-2022-21894 수정 사항을 자동으로 활성화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지원 문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는 Windows 레지스트리 편집, 관리자 권한으로 PowerShell 명령 실행, 영향받는 인증서를 보안 부팅 UEFI 금지 목록(DBX)에 수동 추가, 펌웨어에 보안 버전 번호(SVN) 적용 등이 포함됩니다.
평범한 Windows 사용자가 이런 작업을 할 리 없습니다. Windows 레지스트리가 무엇인지, 관리자 권한으로 PowerShell 명령을 어떻게 실행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BlackLotus 익스플로잇이 알려진 지 수년이 지난 2026년에도 보안 부팅은 여전히 비교적 쉽게 우회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자동 업데이트로 보안 부팅을 강화하지 않는 걸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반 사용자에게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자동 업데이트로 보안 부팅 시스템을 강화하면 알 수 없는 수의 PC가 벽돌처럼 작동 불능이 되고, 수많은 주변기기와의 호환성이 깨질 수 있습니다. 일부 기기는 Windows 부트 매니저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CD/DVD, PXE 부팅, USB 드라이브 형태로 저장된 복구 미디어나 시스템 백업은 별도의 복구 미디어 업데이트 없이는 패치 설치 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이 익스플로잇을 패치하는 일이 컴퓨터 고장과 복구 미디어·백업 호환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과연 패치할 가치가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결정을 Windows 사용자 각자에게 맡기기로 했고, 그렇기 때문에 수동 절차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필요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보안 부팅이 비교적 쉽게 우회될 수 있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BIOS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BitLocker 사전 부팅 PIN 설정하기
이런 보안 부팅 취약점을 악용하려면 해당 Windows PC에 대한 물리적 접근 또는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 사례는 드뭅니다. 반면, PC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부트로더를 보안 부팅 취약점이 있는 구버전으로 되돌린 뒤 익스플로잇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위험 부담이 있는 Windows 부트 매니저 업데이트를 수동으로 적용하는 것 외에도, 누구나 시스템을 보호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습니다.
우선 하드웨어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손에 두고, 믿을 수 없는 장치는 PC에 연결하지 마세요. 운영체제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대상에게 시스템 관리자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예방 조치로 BitLocker에 PIN을 설정하면 보안 부팅이 우회되더라도 데이터를 계속 잠가 둘 수 있습니다. 또한 기기를 보안 코어 PC(Secured-core PC)로 구성하면 부트로더가 침해되더라도 Windows 커널을 보호할 수 있지만, TPM 2.0 칩과 지원되는 CPU 같은 적절한 하드웨어 요건이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보안 부팅이 쉽게 우회되는 이유는 공격자가 이를 해킹하기 때문이 아니라, 악용 가능한 보안 취약점을 지닌 정식·신뢰받는 부트로더 인증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인증서를 폐기하는 과정이 위험하기 때문에 여전히 신뢰받고 있으며, 그 결과 보안 부팅은 여전히 우회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