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세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무수히 많습니다. 다른 배포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피닝 오프(spin-off), 클론, 파생 배포판들이 그 예입니다. 대표적으로 리눅스 민트(Linux Mint)는 우분투(Ubuntu)를 기반으로 하고, 우분투는 다시 데비안(Debian)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모든 배포판이 다른 리눅스 버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솔루스(Solus)는 독자적인 개발 노선을 걷는 독립 배포판으로, 최근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가정용 사용자를 타깃으로 삼으며,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솔루스가 새로운 메인 운영체제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솔루스의 철학: ‘적을수록 아름답다’
“Less is more(적을수록 많다)”라는 문구는 19세기 시에서 유래한 것으로, 단순함과 명료함이 좋은 디자인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입니다. 이 철학은 솔루스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솔루스는 완전히 밑바닥부터 새롭게 구축된 배포판으로, 다른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삼았다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다소 특이해 보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이지만, 개발팀에게는 백지화폭처럼 자유로운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솔루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원래 데비안 파생 배포판으로 시작한 ‘솔루스 OS(Solus OS)’가 그 전신인데, 인력 부족으로 2013년 개발이 중단되었다가 이후 다른 배포판에 기반하지 않는 독립 프로젝트인 ‘솔루스 프로젝트(Solus Project)’로 부활했습니다. 화려한 반짝임과 폭발적인 성능을 내세우는 배포판은 아니지만, 사용자 친화적이면서도 미니멀한 설계를 지향합니다. 깔끔하고 잘 설계된 데스크톱 환경 위에 플랫하고 현대적인 외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 가지 선택지
현재 솔루스는 탑재된 데스크톱 환경에 따라 세 가지 버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Solus MATE: 숙련된 사용자와 구형 하드웨어에 적합합니다. (64비트 프로세서가 필요하므로 구형 장비용으로 고려할 만합니다.)
- Solus GNOME: 이름 그대로 GNOME 셸을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 Solus Budgie: 솔루스가 공식 플래그십으로 내세우는 버전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중 솔루스 버디(Budgie)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가벼운 시스템 발자국
솔루스 버디의 기본 설치 용량은 약 5.2GB이며, RAM 사용량은 약 780MB 안팎에서 안정됩니다. KDE Plasma가 디스크 9.3GB, RAM 590MB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RAM 사용량이 다소 높은 편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상 사용에서는 속도 면에서 다른 배포판과 큰 차이가 없었고, 때로는 오히려 더 빠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설치 용량이 5.2GB에 불과하다는 점은 크게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시스템이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신호입니다. 시스템이 가벼울수록 좋은 법이죠. 솔루스에는 평균적인 사용자에게 필요한 필수 프로그램들이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파이어폭스(Firefox), 선더버드(Thunderbird), MPV,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 등이 그것입니다. 불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판에서 걷어내는 이 접근은 현명하고 유연한 선택입니다. 덕분에 필요한 프로그램만 골라 설치하면서도 컴퓨터를 불필요한 소프트웨어(bloatware)로부터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현대적인 UI, 가벼운 사용감, 잦은 업데이트가 여러분의 체크리스트에 있다면 버디가 모두 충족시켜 줄 것입니다. 플랫 아이콘, 깔끔한 테마,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데스크톱 경험을 선사합니다. 모든 요소가 마치 본인이 두고 간 자리에 그대로 있는 듯 직관적입니다. 어떤 운영체제에서 넘어오든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세심하게 설계된 사용 경험과 함께 폭넓은 커스터마이징 옵션도 제공됩니다.
또 하나 반가운 기본 기능은 알림 패널, 즉 레이븐 사이드바(Raven Sidebar)입니다. 사이드바를 슬라이드로 열면 빠른 설정 컨트롤이 나타나 중요한 알림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캘린더, 음량 조절, 음악 및 오디오 컨트롤 등 유용한 위젯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레이븐은 매끄럽게 통합된 시스템으로,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려는 다른 배포판들의 시도보다 한 수 앞서며, 버디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됩니다.
패널과 애플릿
화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패널은 화면의 네 방향 어느 쪽에든 배치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이긴 하지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입니다. 기본 포함된 애플릿들도 상당히 강력하고 실용적입니다. 주목할 만한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이트 라이트(Night Light): 블루라이트 필터로 눈의 피로를 줄여줍니다.
- 워크스페이스 전환기: 워크스페이스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고 홈 폴더로 바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 패널은 자동 숨김(autohide), 독(dock) 등 다양한 표시 모드를 지원합니다.
특히 독 모드는 실행 중인 애플릿 수에 따라 크기가 자동으로 조절됩니다. 덕분에 소중한 화면 공간을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새로운 배포판이 흔히 겪는 약점, 바로 소프트웨어 확보 문제가 솔루스에도 있었습니다. 솔루스는 eopkg(구 PiSi)라는 자체 패키지 관리자를 채택했는데, 오랜 역사를 지닌 배포판들의 패키지 관리자와 비교하면 eopkg는 아주 신생입니다.
카테고리별로 정리된 소프트웨어 센터가 제공되며, 사용자가 선택한 솔루스 버전에 맞게 추가로 분류됩니다. 명령줄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eopkg는 apt-get과 (대부분) 비슷한 문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RPM 및 DEB 설치 파일은 솔루스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센터에 애플리케이션이 범람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배포판이 인기를 얻고 적합한 사용자층을 끌어모으면 애플리케이션 지원도 점차 넓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배포판과 패키지 관리자를 처음부터 만드는 일에는 이런 트레이드오프가 따르기 마련이며, 솔루스 커뮤니티는 이 과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웹 브라우징, 화면 녹화, 이미지 편집, 음악 재생, 일반 유틸리티, 시스템 설정 등 일반적인 데스크톱 사용에 필요한 기본 패키지들은 모두 갖춰져 있으며, 각 항목마다 여러 선택지도 제공됩니다.
배포판의 다양성
처음으로 되돌아가 백지에서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머리를 비우고 올바른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NET Core가 솔루스에서 구동된다는 발표 등 다가오는 소식과 꾸준한 성장세 역시 고무적이며,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솔루스는 일상 사용자의 메인 운영체제 후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배포판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새로운 배포판을 얼마나 자주 시도해 보시나요? 리눅스 배포판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시나요? 아래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
이미지 출처: erryan/Deposit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