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이 컴퓨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컴퓨터는 실리콘 기반 프로세서 칩에 의존하고 있죠. 처리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컴퓨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해 왔습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컴퓨터 칩이 예측 가능한 속도로 더 빠르고, 더 에너지 효율적이며, 더 저렴하게 생산된다는 관찰입니다. 약 18개월마다 실리콘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핵심인데,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세대의 칩일수록 성능 향상 폭은 점점 작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무어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 법칙과 같은 과학적 '법칙'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반도체 산업에서 실제로 일어나던 현상에 대한 관찰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무어의 법칙은 언젠가 끝을 맞이합니다. 하나의 실리콘 칩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이미 실리콘 칩은 성능과 효율 면에서 한계에 근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어의 법칙이 종언을 고하면 실리콘 칩은 더 이상 트랜지스터를 추가할 공간이 없게 되지만, 미래의 컴퓨터와 기술은 여전히 더 강력하고 민첩한 프로세서를 요구할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5년까지는 무어의 법칙식 속도 향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하지만, 대안 기술이 준비되기 전에 무어의 법칙이 먼저 끝날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실리콘 기반 컴퓨팅의 대체재를 모색해야 합니다.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양자 컴퓨팅은 양자역학의 힘을 빌려 아원자 입자의 특성을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소위 '큐비트(qubit)'라고 불리는 단위를 통해 현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처리 능력과 속도를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양자 컴퓨팅의 가장 큰 난제는, 기존 실리콘 기반 기술로 이미 수행 중인 작업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속도는 아직 손에 닿지 않는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핀과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가 한 층으로 배열된 물질로, 지구에서 가장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철보다 200배나 강도가 높으면서도 원래 길이의 20~25%까지 늘어날 만큼 탄성이 뛰어납니다. 무게는 극도로 가벼우면서 열과 전기를 기존에 알려진 어떤 물질보다 잘 전도하죠.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상용 생산이 가능해지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래핀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리콘 반도체는 전류로 켜고 끌 수 있지만, 그래핀은 그렇지 못해 그래핀만으로 컴퓨터를 만들면 전원을 끌 수 없는 컴퓨터가 되어버립니다.
만약 그래핀이 실리콘 칩을 대체할 수 있다면, 접이식 노트북, 초고속 트랜지스터, 깨지지 않는 스마트폰 같은 기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나노 자기 논리(Nanomagnetic Logic)
NML(나노 자기 논리)은 나노 자석 배열에 의존하는 기술입니다. 이 자석들은 수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에 이르며, 실리콘처럼 작동하지만 자화(magnetization)의 전환을 통해 이진 코드를 생성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자석의 남극과 북극 사이의 상호작용인 쌍극자 간 상호작용(dipole-dipole interaction)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극소량의 전력만으로 구동됩니다.
콜드 컴퓨팅(Cold Computing)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제조업체들이 무어의 법칙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주목하는 개념입니다. 칩의 온도를 낮추면 전류 누설이 줄어들고, 저온 환경은 트랜지스터가 스위칭되는 문턱 전압(threshold voltage)을 낮춰줍니다. 콜드 컴퓨팅을 활용하면 메모리 성능과 전력 면에서 추가로 4~10년의 스케일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화합물 반도체
두 가지 이상의 원소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실리콘 단독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이러한 화합물 반도체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5G와 6G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더 빠른 속도, 더 작은 크기, 더 긴 배터리 수명을 제공하게 될 전망입니다.
원자 단위 저장 기술

기술은 이제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칩 기술도 예외가 아닙니다. IBM은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오늘날 1 또는 0 하나를 저장하는 데 10만 개의 원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진전입니다.
다만 원자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방식이 실용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오류 정정과 같은 추가적인 논리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장 유력한 대체재는 무엇일까?
현재 시점에서 실리콘 기반 프로세서의 대안으로 실현 가능한 유일한 선택지는 화합물 반도체입니다. 그 너머를 내다보면 가장 유망한 기술은 나노 자기 컴퓨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의 컴퓨터는 여러 기술을 계층적으로 결합하여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를 띨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래의 컴퓨터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