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최신 문서 유출 '볼트 7(Vault 7)'은 한동안 인터넷 전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 미국에서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룬 수많은 보도 속에서 중앙정보국(CIA)의 기묘한 방식과 뜻밖의 우선순위에 담긴 유머를 짚어주는 글은 드물었습니다. 여기서는 미디어가 크게 주목하지 않은 볼트 7의 유쾌한 계시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영화 오마주와 밈 컬렉션

CIA를 유행 문화나 가벼운 농담과는 거리가 먼 딱딱한 관료 조직으로 여겨온 사람이라면, 이번 유출로 세관이 완전히 뒤집힐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 정부 부처에는 '최고 기밀'로 분류된 밈(짤) 자료창고가 존재했습니다. 대중매체 인용도 서슴지 않았는데, '파이트 클럽'이나 '그렘린' 같은 영화 제목을 프로젝트명으로 붙였고, TVTropes의 다양한 클리셰를 도구 명명에 활용할 계획을 세웠으며, 심지어 애증 섞인(그리고 형편없는) 밈 일부를 프레임워크 코드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 레딧에서 배운 해킹 강좌

인터넷은 신뢰할 수 없는 정보원이라는 불공평한 평판을 받아왔지만, 중앙정보국은 오히려 웹세상을 데이터 수집의 가장 믿음직한 장소 중 하나로 여기는 듯합니다. 실제로 이 기관은 레딧(Reddit)의 특정 커뮤니티를 뒤져 윈도우 8 계정 해킹 방법과 해당 운영체제의 정품 인증 우회법을 찾아냈습니다.
다만 CIA는 미국 정부 각서에 놀라운 기여를 한 이 레딧 이용자들에게 기관 직위를 제안하는 예의까지는 베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3. 인턴 교육용 '깃발 뺏기'

CIA는 인턴 초기 교육 과정에 클래식한 야외 활동이자 현대 비디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드인 '깃발 뺏기(Capture the Flag)'를 디지털 침투 훈련에 접목했습니다. 깃발 뺏기는 상대의 물건이나 정보를 빼앗아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게임입니다.
CIA는 개인 컴퓨터에서 정보를 회수하는 방법을 신입 요원에게 훈련시키면서도 이 게임의 핵심 개념에 충실했습니다. 프로그램 위장, 백신 및 맞춤형 방화벽 우회, 관리자 설정 무력화까지, 미국 국민의 사적인 정보를 강제로 취득하기 위한 상세 지침을 제공했습니다.
4. 피자, 그리고 치즈 추가

수천 통의 이메일과 함께 위키리크스에 넘어간 파일 중에는 C++ 메시징 프레임워크 ZeroMQ(ØMQ) 활용법을 다룬 255페이지 분량의 가이드도 있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 아니면 분량 탓인지, 문서 곳곳에 말장난, 엉뚱한 일화, 기이한 감상이 넘쳐납니다.
이런 선택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피자가 당긴다는 언급과 '코드는 먹을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을 종합하면, 지쳐가는 작성자가 점심시간조차 없이 한 번에 몰아서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줍니다.
5. 최우선 순위 이모지

CIA의 뜻밖의 밈과 아재개그 사랑이 어두운 유출 소식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볼트 7이 세상에 공개한 것 중 가장 웃긴 발견은 아마도 CIA의 이모지 기록일 것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이모지를 방대하게 목록화했을 뿐 아니라(테이블 뒤집기 이모지, 레 레니 페이스, Y U NO Guy 포함), 스스로 이 이모지들을 사용하는 데도 꽤 익숙해 보입니다.
엉뚱한 텍스트 표정 목록의 궁극적 목적은 역시 난해하지만, 정부에서 가장 존경받으면서도 동시에 걱정스러운 부서 중 하나의 기괴한 우선순위를 잘 보여줍니다.
결론
우리는 늘 CIA를 딱딱하고 생기 없는 관료 조직으로 여겨왔습니다. 정책과 목적 면에서는 여전히 사실일 수 있지만,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인터넷을 쓰는 누구나처럼 평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설령 의심스러운 이유로 인터넷 자원을 활용한다 해도 말입니다. 그들은 레딧 이용자이고, 9gag 이용자이며, 진정한 괴짜입니다.
그렇다면 볼트 7에 대해 남은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나쁠까요? 미국에서 프라이버시의 신성함을 무시하는 CIA인가요, 아니면 그들의 밈 취향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