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FLoC를 통해 인터넷 광고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적용되기도 전에, 소수의 크롬 사용자가 '오리진 트라이얼(origin trial)'이라는 이름의 초기 실험에 동의도 없이 먼저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구글이 사용자에게 실험 참여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내 브라우저가 실험 대상인지, 그리고 이것이 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FLoC의 작동 방식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FLoC란 무엇인가?
FLoC(Federated Learning of Cohorts, 연합 학습 코호트)는 구글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서드파티 쿠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 기술입니다.
FLoC에서는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기록이 개별적으로 광고주에게 넘겨지지 않습니다. 대신 데이터가 크롬 브라우저 내부에서 처리된 뒤, 성향이 비슷한 사용자들과 함께 '코호트(cohort)'라는 집단으로 묶입니다.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방식은 개별 사용자의 검색 기록이 광고주에게 특정되지 않도록 익명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쿠키가 사라진다는 점 자체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FLoC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닙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묶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알고리즘 편향, 그리고 코호트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추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구글이 이런 문제를 얼마나 잘 넘길 수 있을지는 시간이 답해줄 문제였습니다.
그보다 당장 중요한 것은,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 브라우저가 FLoC 실험에 포함됐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내 브라우저가 FLoC 실험 대상인지 확인하는 방법
미국의 디지털 권익 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실험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Am I FLoCed?'라는 웹 도구를 공개했습니다. 전체 크롬 사용자의 약 0.5%만이 이번 실험에 포함되었습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 크롬 브라우저로 'Am I FLoCed?' 웹사이트에 접속합니다.
- Check for FLoC ID 버튼을 클릭합니다.
- 결과 화면에 FLoC ID가 표시되면 이미 코호트에 할당된 상태입니다.
FLoC ID가 존재한다는 것은 브라우저가 이미 어떤 코호트에 속해 있으며, 나이대·거주 지역·관심사·구매 성향 같은 정보를 추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리진 트라이얼 단계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방문한 사이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약 33,000개 코호트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쿠키가 제공하던 세밀한 정보를 광고주가 더 이상 얻기 어려워지면, 광고주들은 구글의 알고리즘 결과를 신뢰하거나, 아니면 페이스북·트위터·틱톡처럼 통제력이 강한 폐쇄형 플랫폼으로 광고 예산을 옮기는 선택지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직 실험 단계였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발전함에 따라 FLoC ID는 언제든 바뀔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형성된 코호트가 실제로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지, 혹은 오히려 새로운 차별이나 타깃팅의 도구가 되는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숙제로 남습니다.
이미 FLoC에 포함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흥미로운 점은, FLoC의 목표가 쿠키를 완전히 없애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면 적용 전까지는 쿠키를 최대한 활용해 사용자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평소 쿠키에 큰 거부감이 없고, 좀 더 관련성 높은 광고가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두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FLoC 실험의 '실험용 쥐'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면, 몇 가지 대안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실험에서 공식적으로 빠져나가는(opt-out) 명시적인 방법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크롬 설정(설정 > 개인정보 및 보안 > 쿠키)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합니다.
- 실험 기간 동안 파이어폭스, 사파리, 브레이브 등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합니다.
- VPN 사용, 검색 기록 주기적 삭제 등 데이터 최소화 습관을 함께 실천합니다.
참고: FLoC는 폐기되었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FLoC 오리진 트라이얼이 진행되던 시점의 상황을 다룹니다. 구글은 이후 2022년 1월, 개인정보 보호 단체와 브라우저 업계의 거센 반발을 받아들여 FLoC 계획을 공식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 방문한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관심 주제를 추정하는 'Topics API'를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크롬에서는 FLoC ID가 새로 생성되지 않으며, EFF의 확인 도구 역시 Topics API 감지 용도로 전환되었습니다. 다만 쿠키를 대체할 프라이버시 기술을 둘러싼 구글과 광고 업계의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은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면서도 보안 수준이 높은 주류 브라우저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데이터 집계는 구글만의 것도 아닙니다. 사파리와 파이어폭스 역시 유사한 형태의 프라이버시 기술을 도입해 왔으니, 두 브라우저를 함께 사용한다면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쟁점은 '누가 데이터를 쥐고 있느냐'입니다. 구글은 압도적인 브라우저 점유율과 광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어느 회사보다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쿠키가 사라진다 해도, 그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우느냐가 개인 프라이버시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