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훌륭한 냉각재입니다. 흔하고 저렴하며, 펌프만 있으면 손쉽게 순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는 일반 사용자에게 너무 비싸고 복잡한 선택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러 제조사에서 PC용 공랭 쿨러만큼 설치가 어렵지 않은 리테일(완제품) 수냉 쿨러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새로운 대중형 수냉 쿨러가 기존의 공랭식이나 커스텀 수냉식보다 나을까요?
수냉식의 기본 원리
뜨거운 것을 물로 식히는 방식은 컴퓨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내연기관부터 발전소까지, 같은 원리가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은 열을 흡수하는 데 탁월할 뿐 아니라 이동시키기도 쉬워서, 뜨거워진 물을 시스템 밖으로 내보내고 식힌 물을 다시 공급하는 순환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PC 수냉 쿨러는 간단한 루프(loop) 구조를 사용합니다. 튜브를 통해 공급된 차가운 냉각수가 워터블록(water block) 위를 흐르면서 프로세서의 열을 금속 블록으로 전달받아 흡수합니다. 뜨거워진 물은 두 번째 튜브를 통해 블록에서 빠져나와 라디에이터로 이동하고, 라디에이터는 남은 열을 외부로 방출합니다. 식은 물은 다시 프로세서 쪽으로 돌아가며 하나의 순환을 완성합니다.
흔히 수냉식이라면 팬 없이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시판 수냉 키트 대부분은 최소 한 개 이상의 팬으로 라디에이터를 강제 냉각합니다. 팬 없이 작동하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도 존재하지만 크기가 매우 크고 비싸서, 극소수의 하드코어 애호가들만 찾는 편입니다.
대중화된 수냉식
수냉식은 전통적으로 고성능 PC에 진심인 하드코어 애호가들의 영역이었습니다. 필요한 부품이 여러 가지였고, 조립 방법도 사용자가 스스로 알아내야 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습니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라디에이터 하나에만 100달러가 넘게 들었고, 풀 세트를 갖추려면 200~300달러까지 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세어(Corsair)는 수냉식을 단순화해 합리적인 가격에 대중에게 보급하면 큰 시장이 될 것임을 처음으로 깨달은 회사입니다. 이후 안텍(Antec), 서멀테이크(Thermaltake), 잘만(Zalman) 등 여러 업체가 뒤따랐고, 이제는 50달러 수준의 가격에 CPU 수냉 쿨러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랭식보다 나은가?
컴퓨터에 수냉식을 도입하려는 사람 대부분은 더 낮은 온도, 더 적은 소음, 혹은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과연 수냉식이 이 목표를 달성해 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그렇습니다.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완제품 키트는 확실히 공랭 쿨러보다 조용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공랭 쿨러를 압도하는 냉각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수냉식의 성능 상한선은 더 높습니다. 코세어 H100이나 안텍 Kuhler H20 920처럼 대형 라디에이터를 탑재한 리테일 키트의 성능은 어떤 공랭 쿨러도 따라올 수 없으며, 커스텀 솔루션은 그 이상의 성능까지 끌어낼 수 있습니다.
수냉식의 또 다른 장점은 공간 활용입니다. 고성능 공랭 쿨러는 메인보드 위로 우뚝 솟아 다른 부품의 장착을 어렵게 만들고, 크기가 너무 커서 일반적인 미들타워 ATX 케이스에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프로세서에 장착되는 워터블록은 훨씬 작습니다. 라디에이터는 크긴 하지만 보통 다른 부품과 떨어진 곳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수냉식은 위험하지 않을까?
전자 부품 근처에 물을 두는 것 자체에 회의적인 사용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물은 전자기기를 단락(쇼트)시키는 지름길이니까요. 쿨러가 누수되면 어떻게 될까요?
쿨러가 샌다면 분명 문제가 되겠지만, 리테일 키트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모든 제품이 사전에 밀봉되어 출하되며, 결로 현상조차 발생하지 않도록 하드웨어에 절연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누수가 가능성 자체는 있지만, 실제로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 커스텀 수냉식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용자가 직접 냉각수를 튜브에 주입하고 모든 부품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하면 누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냉 조립 가이드들은 대개 조립 후 본체에 장착하기 전에 시스템을 따로 가동해 누수 여부를 먼저 확인할 것을 권장합니다.
리테일 vs 커스텀
요즘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수냉 키트는 라디에이터를 케이스의 기존 120mm 팬 장착 위치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케이스 개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라디에이터 크기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또한 리테일 키트는 비용과 소비 전력을 줄이기 위해 소형 펌프를 사용합니다.
커스텀 솔루션에는 이런 제약이 없습니다. 라디에이터는 케이스가 허용하는 한 최대한 크게 쓸 수도 있고, 케이스 외부에 장착해 크기 걱정 자체를 없앨 수도 있습니다. 일부 라디에이터는 길이가 거의 50cm(20인치)에 두께가 수 cm에 이릅니다.
펌프 역시 소형일 필요가 없습니다. 메인보드의 팬 전원에 연결하는 대신, 몰렉스(Molex) 커넥터를 통해 파워서플라이에 직접 연결할 수 있어 소비 전력이 큰 펌프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솔루션은 유연성 면에서도 앞섭니다. 대부분의 리테일 수냉 쿨러는 프로세서만 냉각할 수 있지만, 커스텀 방식은 그래픽카드나 다른 부품까지 함께 냉각하도록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냉 쿨러를 사야 할까?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가격이 저렴한 리테일 키트가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가성비만 놓고 보면 최고의 공랭 쿨러를 늘 이기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냉각 성능을 더 조용하게 제공합니다. 필자 역시 게임용 PC에 코세어 H50을 사용 중인데, 온도를 올리지 않으면서 소음 수준을 눈에 띄게 낮춰줘 다른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버클러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코세어 H100이나 안텍 Kuhler H20 920처럼 대형 라디에이터를 갖춘 고성능 리테일 키트를 적극 검토해 보세요. 이 제품들은 시판되는 어떤 공랭 쿨러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본격적인 오버클러킹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솔루션이 꼭 필요한 경우는 극한의 오버클러킹을 목표로 하는 PC뿐입니다. 단순히 클럭을 조금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마지막 1MHz까지 짜내려고 권장 전압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을 말합니다. 또한 완전 무소음 성능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커스텀이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리테일 키트의 라디에이터에는 항상 팬이 함께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수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랭식을 버리고 수냉으로 갈아탈 생각이신가요, 아니면 저렴한 공랭 쿨러로도 충분하신가요?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
이미지 출처: Peritech, Bryan Farr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