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1에 TPM 2.0 칩 탑재를 필수 요건으로 발표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TPM 2.0 모듈 요구 사항은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게 만들 여지가 있었죠.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TPM 2.0 칩이 없는 PC를 공식 윈도우 11 업데이트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규모 업그레이드 거부는 바로 중국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PC에는 TPM 칩이 없는 걸까요? 그리고 중국 사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TPM 2.0 요구 사항을 어떻게 우회하고 있을까요?
중국은 TPM 대신 TCM 칩을 사용한다
중국은 1999년부터 신뢰 플랫폼 모듈(TPM) 칩의 사용을 금지하고, 자체 개발한 '신뢰 암호화 모듈(TCM)' 칩이라는 국산 솔루션을 채택해 왔습니다. 이는 TPM 표준에 대한 보안상의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OEM 제조업체들은 윈도우 11에 필수인 TPM 칩 대신 제품에 TCM 칩을 장착합니다.
중국의 TCM 칩과 TPM 칩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TCM이 기반 암호 알고리즘까지 포함해 순수하게 중국 기술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국 내 OEM이 제품에 사용하는 TCM 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요구 사항이기도 합니다.
중국 소비자용 PC에는 TPM 칩이 없기 때문에, 윈도우 11 업데이트는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 고객과 주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이언트는 예외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러시아와 중국의 일부 대형 고객에게 예외를 적용해 TPM 칩 없이도 윈도우 11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컨대 중국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잃기에는 너무 큰 고객이기 때문에 회사가 이들에게 특별히 예외를 허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예외는 중국의 일반 소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사용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우회하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중국 사용자들은 윈도우 11을 직접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ISO 파일로 윈도우 11을 클린 설치하는 것은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윈도우 11의 하드웨어 요구 사항을 우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렇게 설치하면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업데이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글을 쓰는 시점 기준,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그 공식 업데이트는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문제를 수정해 주기를 기다리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에 OEM 파트너가 TPM 2.0 요구 사항에 대한 예외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PC 시장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곳입니다.
어느 쪽이든, 중국 전용 버전의 윈도우 11이 출시되거나 최소한 윈도우 11의 하드웨어 요구 사항이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TCM vs TPM 문제는 중국의 더 큰 기술 자립 움직임의 일부
중국인들이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게 막은 TCM vs TPM 문제는 중국의 기술 자급 노력에서 비롯된 부산물입니다.
중국은 기술적으로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칩 시장의 상당 부분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와 제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중국이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예로 화웨이와 하모니OS(HarmonyOS)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후 이 통신 대기업은 구글 서비스 없이 작동하는 자체 안드로이드 대안 OS 개발에 대부분의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호들은 하모니OS가 중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